[중앙로365] 2021년 K콘텐츠를 뒤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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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혜 배우·경성대 교수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싸움으로 지칠 대로 지친 2021년. 전대미문의 바이러스로 고통받고 있던 국민의 마음을 달래 준 건 백신도 경제도 아닌, 바로 한국의 대중문화였다. 어려운 제작환경에도 불구하고 올 한 해 K콘텐츠의 위력은 대단했는데 2021년을 마무리하며 이를 되짚어 보고자 한다.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에서 9월 공개한 K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방영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역대 가장 많은 시청 가구 수를 기록한 콘텐츠로 공식 집계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드라마가 대중화된 것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속 명장면들이 유년 시절 친구들과 즐겨했던 한국의 놀이를 재현한 것이라는 사실이 더한 충격이었다. 지극히 한국적인 놀이문화가 어떻게 신드롬에 가까운 세계적 관심을 얻을 수 있었을까? 이는 익숙함과 호기심의 적절한 조화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줄다리기’ 같은 놀이는 여느 나라에나 비슷한 종류의 게임이 있다 보니 국적을 넘어 옛 추억을 회상하는 계기가 되어 친숙함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며 ‘딱지치기’나 ‘달고나’ 게임은 외국인 시청자들에게 이국적인 흥미를 선사했을 것이다. 정서적으로 친근하게 다가가면서도 한국 고유의 전통성을 보여 주는 신선한 소재, 그리고 다소 자극적인 드라마적 내용들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이다.

이국적인 흥미와 자극적 내용의 조화
한국적 특수성과 보편성이 성공 비결

배우 윤여정, 한국 영화의 색깔 과시
부일영화상 최초 3관왕 위용에 걸맞아

고강도 방역 등 코로나와 싸움에 지쳐
많은 사람에게 해방과 자유 느끼게 해


올해 대한민국을 빛낸 대중문화 속에는 문화예술인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 특히 윤여정 배우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윤여정 배우는 지난 4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한국 배우로는 최초이자 아시아 배우로는 63년 만이었다. 지난해 작품상을 수상한 ‘기생충’에 이어 올해도 한국 영화는 배우 윤여정을 통해 세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모든 상은 의미가 있지만, 이번 상은 고상한 척하는(Snobbish) 영국인들에게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유창한 영어로 아시아 배우로서 느끼는 감정을 위트 있고 강단 있게 말한 그녀의 수상 소감에서는 자랑스러움마저 느껴졌다. 전 세계적으로 공감 가능한 연기 실력을 펼치면서도 자신의 특수성을 어필하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많은 이들에게 한국영화 색깔을 감지하게 하는 듯 보였다. 올해 30회를 맞은 부일영화상에서 최초 트리플 크라운(신인상, 여우조연상, 여우주연상)을 기록한 배우다웠다.

코로나 팬데믹 2년 차에도 여전한 인기를 얻고 있는 BTS도 마찬가지이다. BTS는 디지털 싱글 ‘Butter’와 ‘Permission to dance’, 그리고 세계적인 록밴드 콜드플레이와 협업한 ‘My universe’로 발표와 동시에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며 K콘텐츠를 이끌어 가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시상식 퍼포먼스에서 가장 세계적이라 할 수 있는 마이클 잭슨의 춤을 오마주하여 각국의 팬들을 열광시키는 동시에 오직 한글 가사로만 이루어진 싱글 앨범을 빌보드 차트에 올려,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어필하는 BTS의 모습은 K콘텐츠의 현재이자 가야 할 미래를 보여 준다. 보편성과 특수성은 언뜻 반대되는 개념같아 보이지만 K콘텐츠의 성공 비결에는 이 두 가지가 분명 공존한다.

영화 ‘미나리’의 배경은 미국이지만 윤여정이 연기한 할머니의 생활 방식과 고민은 지극히 한국적인 특수한 정서인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한국인 가족의 이야기가 아닌 다양한 인종이 뒤섞여 사는 미국인들에게는 주변에서 보던 보편적인 한 이민자 가족의 삶으로 다가온다. 이는 오징어 게임에서 외국인들이 한국의 놀이문화와 등장인물의 한국적 정서를 특수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동시에 놀이문화의 유사성이나 서바이벌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보이는 등장인물의 선택과 행동에서 보편성을 느끼는 것과 유사하다. 인류가 갖는 보편성과 특수성을 콘텐츠에 고스란히 녹여 내는 것. 이것이 K콘텐츠가 빛을 발하는 비결 중 하나이며 지속적인 성장의 열쇠가 아닐까 싶다.

코로나와의 지난한 싸움이 길어지고 있다. 거리 두기, 영업시간 제한, 부스터샷, 백신패스 등 고강도 지침에 국민은 지쳐 가고 있다. 코로나로 너무 많이 달라진 현실이 때론 꿈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등장하는 가상현실로 돌아가게 하는 파란 알약과 가상현실에서 깨어나 진실을 마주하게 하는 빨간 알약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낄 정도이다. 코로나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 꿈같은 현실에서 깨어나게 해 줄 ‘빨간약’이 성공하기 전까지 K콘텐츠가 계속해서 전 인류의 빨간약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많은 사람에게 해방과 자유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면서 자신만의 특수성을 고이 간직하게 하는 K콘텐츠가 2022년에도 대활약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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