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만 18세 피선거권… ‘비호감’ 한국정치 혁신할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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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나이가 현재 만 25세에서 만 18세로 낮아진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28일 국회의원·지방선거 피선거권 하한 연령을 18세로 변경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전격 통과시켰다. 개정안이 법사위를 거쳐 여야 합의로 본회의를 통과하면 정부 수립 후 처음 헌법을 만들어 선거한 이후 73년 만에 피선거권 연령이 낮아진다. 이를 계기로 내년 3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및 6월 지방선거부터 만 18세 이상의 ‘고3 후보’가 입후보하고, 10대 지방의원이 탄생할 가능성이 열리는 등 청년들의 정치 참여 기회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여야 합의로 국회 특위 전격 통과
청년 정치 참여 위한 제도 절실

피선거권 연령 하향 조정을 통한 새로운 정치 세대의 등장은 미래 주역인 청년층을 통해 대한민국 사회를 혁신한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늦은 감마저 있다. 세계 각국에서는 20~30대 젊은 지도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한국 정치권은 지나친 노쇠화와 구태의연한 행태로 세대교체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돼 왔다. 오죽했으면 ‘국회의원 3선 초과 제한’이 범여권 합당의 전제 조건으로 제기될 정도이다. 한국 청년층은 대학 입시와 취업, 결혼과 주거권 문제 등의 부담으로 잔뜩 위축돼 있다. 급증한 국가부채, 실패한 연금개혁 등 온갖 문제가 미래 세대의 책임으로 떠넘겨진 현실에서 청년이 직접 자신들이 살아갈 세상을 만들게 해야 한다.

현재 한국 정치는 보기 드물 정도의 ‘비호감’으로 국민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1995년 “기업은 2류, 정치는 4류”라고 한 말이 26년이 지나서도 유효할 정도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두 달가량 남겨둔 시점에서 후보 본인의 사법 리스크와 가족 문제가 국가의 중요한 이슈를 집어삼키면서 네거티브 선거로 치닫고 있다. 정치판에 대한 유권자의 팽배한 염증은 신뢰 하락과 부동층 증가로 표출되고 있다. 소모적 비방만 득실대는 진흙탕 선거는 정치에 대한 피로감과 혐오만 부추기고 있다. 이런 시점에 청년들이 제 목소리를 내게 하는 것이 정치 혁신을 위해 바람직하다.

이번 피선거권 연령 하향 조정이 법조문의 변화에 그칠 것이 아니라, 청년들의 실질적인 정치 참여 및 권익 확대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청년층의 정치 입문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은 기성 정치권과 사회의 몫이다. 청년층 출마자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시스템부터 재정적 부담을 덜 수 있는 후원 제도, 지원 체계, 정당 활동을 통해 정치를 배울 기회 등 제도적인 보완이 시급하다. 나아가 단순한 피선거권의 연령 조정을 뛰어넘어 10대부터 민주주의와 공동체 가치, 국가의 현안을 활발하게 토론하고 고민할 수 있는 사회 문화도 만들어야 한다. 청년층의 정치 참여 확대가 국가 혁신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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