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돌봄시설, 코로나에 저임금·장시간 노동으로 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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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노동권익센터 실태조사

부산 사상구의 한 그룹홈 모습. 아이들의 성장일지와 계획표가 걸려있다. 부산일보DB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돌봄 기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소규모 돌봄시설 종사자들은 저임금에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어도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가 지원하는 공적 돌봄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이들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본급 평균 195만~213만 원
생리·배우자 출산 휴가도 난망
그룹홈 종사자 42% “이직 계획”
단일임금 등 처우 개선 급선무

부산노동권익센터는 29일 오전 부산시의회에서 ‘부산지역 소규모 돌봄시설 노동실태 조사’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초점을 맞춘 소규모 돌봄시설은 지역아동센터와 아동청소년 그룹홈이다. 지역아동센터는 지역사회 아동의 보호와 교육·정서적 지원, 문화서비스 등을 아우르는 돌봄 기능을 제공한다. 그룹홈은 부모의 학대, 빈곤, 사망 등으로 가정이 붕괴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아동복지시설이다. 이곳에서는 5~7명의 보호대상아동들이 ‘가정’과 같은 환경에서 1~2명의 사회복지사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두 기관 모두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다.

노동권익센터는 부산의 지역아동센터 188곳과 그룹홈 22곳을 대상으로 임금과 노동시간, 복리후생제도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지역아동센터의 경우 개별 인력의 월 평균 기본급이 195만 원에 불과했다. 게다가 여성 종사자가 많음에도 생리 휴가가 없는 곳이 136곳, 배우자 출산 휴가가 없는 곳이 155곳, 건강검진비 지원이 없는 곳이 153곳이나 됐다. 주 근무시간의 경우 시설장은 추가 근무시간 포함 52시간, 실무자는 49시간이었다. 법정 근무시간이 주 52시간 이내이긴 하지만, 상당수 지역아동센터에서는 토요일(67곳)과 대체휴일(60곳), 야간(81곳)에도 종사자들이 일을 해야만 했다.

아동청소년 그룹홈의 종사자들 또한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룹홈 종사자들의 기본급은 월 평균 213만 원이었다. 근무시간의 경우 시설장은 사실상 출퇴근 없이 24시간 아이들과 함께 있어야만 한다. 보육사들은 주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야간 오후 6시부터 오전 9시까지 근무하는 게 일반 형태다. 게다가 최근 코로나19 탓에 보호하고 있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해 노동 강도는 더욱 높아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은 기본급과 수당, 노동시간, 엄부부담에서 만족도가 낮았고, 그룹홈 종사자의 42.3%가 이직 계획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적 돌봄 서비스 책임이 있는 정부와 지자체가 서비스 확대에만 신경쓸 게 아니라 종사자들의 처우개선 등 노동권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돌봄의 질도 향상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신라대 사회복지학부 손지현 교수는 “서울시는 소규모 돌봄시설 종사자 처우 개선을 위해 단일호봉제를 적용하고 있다”면서 “부산시도 돌봄시설에 대해 단일임금체계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선미 사하중앙지역아동센터장은 “지역아동센터에서 돌보고 있는 아동들은 별천지에서 온 아이들이 아니라 바로 우리집, 옆집의 자녀들이다”며 종사자 처우 개선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은희 아동청소년그룹홈 협회장은 “그룹홈이 없다면 가정에서 학대받는 아이들을 누가 돌보겠는가”라며 “안타깝게도 열악한 노동환경 탓에 보육사들이 자주 바뀌어 아이들도 거기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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