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제진 철도 착공… 부산 출발 대륙철도망 꿈 잇는다
부산에서 출발해 대륙철도망과 연결돼 유라시아까지 뻗어 나가는 철도노선 중 남측에서 단절된 구간인 강릉~제진 철도건설이 시작됐다. 이 노선이 완공되면 부산→울산→포항→삼척→강릉→속초→제진 등 동해선 전 구간이 철도로 이어지고 이후 군사분계선을 넘어 두만강을 지나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만주 횡단철도(TMR)와 연결된다.
앞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협력이 본격화되면 이 철도를 타고 TSR 등을 통해 유럽지역까지 이동할 수 있게 돼 운송루트 다변화로 국가 물류경쟁력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고 동북아 평화협력의 상징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부산은 이 철도의 출발점이다.
남강릉신호장부터 111.74㎞ 노선
2조 7406억 들여 2027년 말 개통
부산→울산→포항→삼척 등 연계
TSR·TMR·TMGR과 직접 연결
대륙 전초기지로 경제 활성화 기대
문 대통령 착공식서 ‘평화’ 강조
국토교통부는 5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동해선 강릉~제진 구간 철도건설사업 착공식을 제진역에서 개최했다.
이 사업은 강릉시 남강릉신호장에서부터 고성군 제진역 간 111.74km를 연결하는 사업으로 총 사업비 2조 7406억 원을 들여 2027년 말 개통될 예정이다. 단선 전철로 건설된다.
제진역은 2002년 남북 합의를 통해 군사분계선을 지나 2007년 북한의 감호역과 연결된 곳으로, 강릉~제진구간이 개통되면 동해선 전 구간이 연결된다. 동해선은 현재 구간별 사업명으로 동해남부선 동해중부선 동해북부선 등으로 불리고 있는데 강릉~제진을 제외하면 이미 모두 개통됐거나 현재 한창 건설 중이다.
국토부는 “아직 북한의 문은 열리지 않았으나 2018년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이 추진하기로 합의한 동해선과 경의선 연결에 대해 우리의 의지를 먼저 보여주기 위해 추진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남과 북은 판문점선언에 이어 평양공동선언에 따라 경의선·동해선 철도 북측구간 공동조사를 마치고 개성 판문역에서 ‘동·서해선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을 2018년 12월 26일 개최한 바 있다.
2019년 2월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남북철도협력은 소강국면이 됐으나 정부는 북측과의 협력 재개에 대비, 북한철도 현대화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준비하는 한편 자체적으로 추진이 가능한 동해선 강릉~제진 철도 건설사업을 선행하기로 결정한 것. 이에 따라 예비타당성 조사도 면제됐다. 강릉∼제진역 노선에는 6개 정거장이 들어선다. 강릉역과 제진역은 기존 역을 개량하고 주문진·양양·속초·간성 등 4개 역은 신설한다.
이 구간이 2027년 개통되면 한반도 통합철도망의 가장 긴 축인 부산에서 나진까지의 동해축이 완성된다. 이렇게 되면 기존 대륙철도망인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만주 횡단철도(TMR), 몽골 횡단철도(TMGR)와 부산이 직접 연결돼 부산이 북방시대 대륙 전진 기지의 전초기지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와 함께 이번 사업은 철도 소외지역이었던 강원도에 철도망이 완전히 연결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한반도 종축으로는 2021년 말 개통한 부산~울산~포항, 2023년 개통예정인 포항~삼척선과 연결돼 포항 울산 부산까지 한 번에 이동할 수 있으며 횡축으로는 2018년 개통한 원주~강릉선, 2027년 개통예정인 춘천~속초선과 연결돼 서울까지 철길이 이어진다.
연결이 완료되면 부산에서 제진까지 3시간 30분, 서울에서 제진까지 3시간 내 이동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강릉시와 양양군, 속초시, 고성군을 고속철도로 빠르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 주말여행지로 많은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부는 “동해선 부전역에서 강릉역까지 전철화 사업이 2년 후 마무리되면 부산에서 강릉까지 2시간대에 달릴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2027년엔 이 철도가 제진까지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착공식에서 “15년 전인 2007년 이곳 제진역에서 금강산역으로 가는 시범운행 열차의 기적소리가 울렸다. 장차 다시 남북열차가 이어지면 평화로 가는 길도 성큼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동해안의 원산과 단천, 청진과 나선은 북한의 대표적 공업지대다. 장차 남과 북이 협력하면 환동해권 에너지·자원벨트가 실현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