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점 위기의 홈플러스 가야점 ‘지역상생 매장’으로 기사회생
건물 노후 등으로 폐점 위기에 몰렸던 홈플러스 부산 가야점이 향후 새로 지어질 건물에 재입점하기로 결정했다. 전국에서 홈플러스 폐점이 이어지는 가운데 직장을 잃을 뻔했던 직원들과 매장을 이용하던 지역주민들, 홈플러스가 모두 상생하는 첫 사례가 부산에서 만들어진 셈이다.
홈플러스는 10일 “올해 영업 종료 예정인 가야점 부지를 매입한 부동산 개발업체와 협의해 향후 신축 건물이 지어지는 대로 가야점을 재오픈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임차계약 만료로 폐점하는 매장 직원도 100% 고용을 유지한 채 공사기간만 타 매장으로 전환 배치된다.
부지 매입 부동산 업체와 협의
신축되는 대로 다시 문 열 방침
현재 직원들도 전원 고용 계획
직원·주민·마트 상생 첫 사례
2년 전 홈플러스는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한 유통업계 불황이 장기화되자 유통업을 지속하기 위해 ‘자산유동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안정적인 미래 사업을 위해 일부 점포와 토지를 매각하는 수순에 돌입한 것. 실제로 지난해 자산유동화 1호점으로 결정된 안산점이 문을 닫았고, 대전둔산점과 대구점이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3월 4번째로 자산유동화 대상 점포로 명부에 이름을 올린 가야점에도 ‘폐점의 칼날’이 코 앞에까지 다가왔다. 그러나 가야점의 자산유동화 방침은 마트노조와 지역 주민의 반발에 부딪혔다.
가야점은 홈플러스가 부산 내에서 운영 중인 13개 점포는 물론, 전국적으로 수익이 상위권이었다. 가야동 일대 지역 주민의 사랑을 받아온 것은 물론이다. 지난해 가야점 직원을 중심으로 폐점 반대 서명운동이 벌어져 5000명이 넘는 가야동 일대 주민이 폐점 반대에 동참한 바 있다.
여기에 홈플러스 내부적으로도 지역 상권과 경제성을 분석해 미래형 콘셉트에 맞는 대형마트를 재오픈하겠다는 방침을 새로 세우면서 가야점은 폐점을 면하고 기사회생하게 됐다.
올해부터 홈플러스는 단기적 위기 대응을 위한 축소지향적인 경영을 지양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한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가야점을 미래형 마트 첫 대상지로 결정하고, 부지를 매수한 부동산 업체와 신축 건물 내에 홈플러스가 다시 입점하는 방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
양 측의 합의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홈플러스는 노후 점포 신축 비용을 아낄 수 있고, 부동산 업체 역시 새 건물에 대형 마트를 유치하면서 부동산 가치를 높일 수 있게 된다. 홈플러스 측은 “앞으로 홈플러스에 있어 자산유동화는 ‘폐점’이 아닌 ‘재투자’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야점 폐점 반대 집회를 이어온 마트노동조합 부산본부도 이번 결정에 환호하고 있다. 마트 직원의 고용과 주민의 쇼핑환경까지 보장할 수 있는 상생의 묘수라는 평가다. 마트노동조합 부산본부는 “폐점에서 재오픈으로 바뀌면서 가야점 점포 내 현장에서도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전향적으로 정책을 바꾼 회사 측과 폐점 반대를 묵묵히 지지해 준 지역 주민에게도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