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은 것도 억울한데… 책임 미루는 경찰에 더 억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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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한 청년이 범죄 용의자로 몰려 경찰에게 집단폭행을 당한 사건(부산일보 1월 7일 자 8면 보도)이 뒤늦게 알려져 국민적 공분을 샀지만, 검거 작전을 주도한 전북경찰청과 이에 공조한 부산경찰청 모두 ‘정당한 공무집행’이었다며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다. 경찰은 사과는커녕 내부 감찰 조사마저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혀 사태 진상 규명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난이 높아진다.

부산역서 용의자 오인 경찰 폭행
피해자, 트라우마로 정신과 치료
공조 수사한 전북·부산경찰청
사건 9개월 되도록 감찰도 않아
전북청 “정당한 공무집행” 일관
부산청 “지원만 했을 뿐” 뒷짐


10일 전북경찰청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4월 30대 청년이 강력범죄 용의자로 몰려 경찰 10여 명에 둘러싸여 집단폭행당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진 후 현재까지 아무런 감찰 조사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당시 현장에는 경찰 16명이 출동했는데, 이 중 14명은 전북경찰청 지원 요청을 받은 부산경찰청 소속 직원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당시 현장 상황을 지휘한 전북경찰청은 “정당한 공무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며 책임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폭행에 가담했던 부산경찰청은 “현장 지휘권이 전북경찰청에 있어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전북경찰청과 부산경찰청 모두 책임이 없다며 진상 규명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4월 전북경찰청 소속 완주경찰서는 흉기를 들고 싸움을 벌인 혐의(특수상해 등)로 외국인 강력범죄 용의자 4명을 쫓던 중 부산 동구 부산역에 용의자가 있다는 첩보를 받았다. 이에 부산경찰청에 지원을 요청했고 현장에만 잠복 형사를 포함한 경찰관 16명이 출동했다. 경찰들은 당시 부산역 역사에 있던 30대 피해자 A 씨를 용의자로 오인하고 그를 넘어뜨린 뒤 테이저건을 발사해 수갑을 채웠다. A 씨가 “살려 달라”고 비명을 지르자, 그제야 A 씨가 한국인임을 확인한 경찰은 폭행을 멈추고 사과했다. 길 가던 무고한 한 시민이 10명이 넘는 경찰의 무력 제압으로 체포당한 셈이다.

전북경찰청 측은 보도 이후 “이런 일이 발생해 유감”이라면서도 “용의자가 흉기를 소지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급박하게 제압하기 위해 일어난 일로 정당한 공무집행이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어 “정당한 공무집행인 만큼 감찰이나 수사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을 향한 날 선 비판이 이어지자 전북경찰청 측은 일부 언론에 “피해자와 접촉 후 상황이 파악되면 감찰을 할 수도 있다”고 둘러대기도 했다.

부산경찰청 역시 당시 수사 지휘의 주체가 아니었고 지원만 했다며 책임을 떠넘긴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사건 당시 전북경찰청의 사전 지원요청으로 부산 동부서와 중부서, 인근 지구대 소속 경찰 14명이 현장에 출동했다. 부산경찰청 소속 경찰들은 급박한 상황이라는 핑계로 용의자 인상착의 등 기본적인 정보도 숙지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급박한 상황에서 부산경찰이 현장에 나갔지만 용의자가 4명이라는 것 이외에 용의자의 얼굴과 차림새 등은 전혀 모르는 채 전북청의 지휘에 응했을 뿐”이라며 “모든 검거 지휘가 전북청에서 이루어진 만큼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모두 완주서 측에서 책임을 지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조요청을 받아 인력 지원 등에 나섰을 뿐 별도의 감찰 조사 계획은 없다는 게 부산경찰청의 입장이다.

경찰이 책임을 피해 가는 사이 피해자는 약 9개월 동안 제대로 된 사과도 받지 못하고 트라우마를 호소하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A 씨는 책임만 회피하는 경찰 해명에 “이게 우리 경찰의 현주소”라며 이대로라면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올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피해자 A 씨는 “마땅한 사과와 정확한 책임 규명에 따른 강력한 처벌을 바란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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