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행, 저신용자 대출 금리 대폭 인상 ‘지역 상생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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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행 본사 전경. 부산일보DB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BNK부산은행이 자영업자 등 코로나19로 직격탄을 입은 저신용자와 고통을 분담하고자 하는 상생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대출 절벽’에 몰린 저신용자를 돕기 위해 신용대출 금리를 낮추거나 동결하는 분위기 속에서 부산은행은 오히려 저신용자에 적용하는 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했다.

지난해 12월 9~10등급 대출 금리
1년 전보다 5.05%P 오른 10.51%
은행연합회 소속 13곳 중 가장 높아
저신용자 대다수가 영세 자영업자
코로나 고통 분담 외면 ‘이자 장사’
부산은행 “연체 대출 전환기 일시 현상
향후 지속적으로 낮춰 갈 예정”

11일 <부산일보>가 은행연합회의 일반 신용대출 금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 기준 부산은행의 9~10등급 신용대출 금리는 10.51%로 1년 전보다 5.05%포인트(P) 상승했다. 이 같은 인상치는 은행연합회 소속 은행 13곳(인터넷 은행과 금리 공시 안 한 은행 제외) 중 가장 높다. 부산은행의 7~8등급 금리도 0.77%P 올랐다.

지난해 12월 기준 부산은행의 9~10등급 신용대출 금리는 한 달 전인 지난해 11월보다 1.96%P 올랐다. 지난해 11월 기준금리가 인상된 지 한 달 만에 2%P 가까이 오른 셈이다. 이 같은 수치는 은행연합회 소속 중 금리를 공시한 은행 중에서 3번째로 높다. 금융 신용등급은 10등급으로 구분되고, 숫자가 낮을수록 신용도가 좋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4~6등급은 중신용자, 7~10등급은 저신용자로 구분된다.

저신용자는 자영업자 등 최근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계층이 대다수이다. 최근 들어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로 금융권 대출에 의존하다 보니 다중 채무자로 전락해 저신용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장혜영 정의당 의원에게 제출한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자영업자 중 다중채무자는 140만 6000명으로 2년 전에 비해 34만 5000명(32.5%) 늘었다. 특히 전체 자영업자 차주 중 56.1%가 다중채무자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부터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가계 대출 관리가 지속되면서, 자영업자들은 사실상 1금융권에서 돈을 빌리지 못해 2금융권이나 불법 대부업체로 내몰리는 상황이다.

이처럼 자영업자나 저신용자가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지만, 부산은행은 지역 대표 은행으로서 저신용자에 손을 내밀기보다는 오히려 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해 저신용자의 대출을 막고 있다.

특히 저신용자에 유독 냉혹한 부산은행의 금리 정책은 기준금리 인상 이후 ‘상생’ 차원에서 저신용자에 대한 금리를 동결하거나 오히려 낮추고 있는 1금융권 분위기에 역행해 비난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IBK기업은행과 KB국민은행은 9~10등급 저신용자 금리를 1년 전과 같은 금리로 동결했으며,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1~2%P 금리를 낮췄다. 은행연합회 소속 은행 13곳 중 4곳은 저신용자의 금리를 동결하거나 낮췄다. 전달인 11월 금리와 비교해서도 7곳이 금리를 동결하거나 낮췄다.

또 지난해 12월 기준 7~8등급 신용대출 금리의 경우에도 금리를 공시한 15곳 중 8곳이 전달보다 금리를 동결하거나 낮췄다.

금리를 동결하거나 낮춘 은행들은 지난해 11월 이후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관리가 이뤄지면서,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중저신용자들을 돕기 위해 금리 인하 정책을 펼쳤다.

부산은행은 저신용자의 금리를 많이 올린 것뿐 아니라 일반 신용대출의 금리 역시 다른 은행보다 크게 올렸다. 은행연합회의 신용대출 금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부산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4.90%로 1년의 2.88%보다 2.02%P 올랐다. 이 같은 인상폭은 은행연합회 소속 은행 중 3번째에 해당한다. 1위는 하나은행(2.86%P), 2위는 KB국민은행(2.03%P)이다.

이처럼 부산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이후 저신용자나 일반 신용대출 평균 금리를 재빠르게 올리자, 일각에서는 부산은행이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는 소홀히 한 채 지난해처럼 역대 최대 규모의 수익을 달성하기 위해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나온다.

이에 대해 부산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부산은행의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은행권에서 많이 낮은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고객의 연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체된 대출을 일반 대출로 바꿔 주면서 금리가 일시적으로 높아졌다”며 “부산은행은 앞으로 지역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을 위해 이자 수준을 지속적으로 낮춰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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