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안녕! 대저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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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을 보다가 문득 너를 떠올렸어. 너는 지금쯤 부산 강서구 낙동강 하류 대저지역 시설하우스 안에서 세상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겠지. 너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아. 이제 곧 전통시장이나 마트에서 푸릇하고 빨갛거나 검붉은 너를 많이 만날 수 있겠지. “이토록 찬 계절에 이렇게 건강한 색감이라니…”라며 사람들은 오랜만에 만난 너를 다정하게 보듬을 테고.

널 돌보는 대저지역 농부 아저씨와 아주머니들은 모두 무탈하신지? 아마 올해 첫 출하 준비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으시겠죠. 그런데 대저 토마토야! 이번 겨울, 부산은 예년보다 춥고 바람도 매서운데…. 난방비도 더 들어갔을 테고. 그분들이 마음고생 하지 않고 출하철을 맞았으면 좋겠어.

난 대저 토마토가 단순한 토마토가 아니라고 생각해. 대저의 한 농부는 너를 ‘자연이 선물한 보석’이라며 이렇게 말하셨어. “모종 심고 물만 주면 대저 토마토가 주렁주렁 달리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바닷물이 스며들어 염분 많은 땅에 작물을 키우려면 일 년 동안 쉼 없이 공을 들여야 해요. 땅심을 북돋기 위해 여름에는 토마토밭에 벼를 길러 볏짚을 토양에 넣고, 8~9월엔 토마토 씨앗을 뿌리고, 하우스에 비닐을 덮은 뒤 10~11월에 모종을 옮겨 심고, 겨울 내내 난방을 하며 느릿느릿 단단하게 과육을 키우고 당도를 높여 1월 말~2월부터 출하를 시작하죠. 5월 중순께면 수확을 마무리하고 다시 그 땅에서 모내기를 합니다. 쉴 틈이 없어요. 그래도 참으로 이쁜 이 녀석 덕분에 힘든 줄 모릅니다.”

대저 토마토야! 나는 네가 농부의 소걸음 같은 정성, 짭조름한 바다의 기운을 받은 대저 삼각주가 만든 기적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 짠맛과 단맛, 신맛의 그 오묘한 조화라니. 하지만 수확철이면 가짜 대저 토마토들이 대거 등장하는 것이 못마땅하단다. 올해는 너(지리적표시 인증마크가 박스에 있어야 진짜 대저 토마토)를 사칭하는 가짜가 없었으면 좋겠어. ‘명품’을 기른 남다른 노고, 막대한 재배비용을 모른 채 비싸다고 투덜대는 사람들도 마찬가지고. 오죽하면 강혜빈 시인은 ‘대저 짭짤이토마토의 미래’라는 시에서 ‘납작한 마음이 두꺼운 마음으로 변모할 때/진짜 토마토와 가짜 토마토는 차츰 비슷해지고’라며 서글픈 현실을 빗댔을까.

대저 토마토야! 악조건 속에서 널 키운 농부들께 감사 인사를 전해 주렴. 올해 그분들이 더 활짝 웃도록 응원할게. 너의 등장은 봄이 머지않았다는 메시지이기도 하지. 반가워! 대저 토마토! 천영철 문화부장 c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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