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경 기숙사보다 ‘돌아온 지역인재’에 투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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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적인 수도권 쏠림 현상은 젊은 인재의 지역 유출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갈수록 심화하는 지역인재의 유출을 막는 것은 수도권 외에 모든 지자체의 가장 절박한 문제가 된 지 오래다.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하는 지역 청년을 위한 이른바 ‘재경 기숙사’ 건립도 이처럼 지역인재의 지원과 확보 차원에서 시작됐다. 소멸 위기의 지자체들이 지역의 미래를 내다보고 고향 인재 돕기에 나선 셈인데, 이게 되레 지역의 인재 유출을 부추긴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학업을 마친 뒤 지역보다 서울에 눌러앉는 인재를 위해 헛심만 쓴다는 것이다. 찬성과 비판이 엇갈리는 재경 기숙사와 다른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재 유출 방지, 지자체들 속속 건립·운영
실효성 논란, 인재 확보 방향 전환 필요해

재경 기숙사 건립은 지역 출신 대학생들의 경제적 부담 등 서울 거주 편의를 제공해 이들이 앞으로 졸업 후 고향에서 지역을 위해 일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출발했다. 고향 인재를 지원해 향후 지역의 인적 자산으로 키운다는 기대 심리가 있었다. 이에 따라 현재 전국 지자체 27곳이 서울에 기숙사를 운영 중이라고 한다. 부산에서도 동래구청이 서울의 두 곳에서 ‘동래학숙’을 운영 중이고, 기장군도 전국의 원전 인근 지자체와 연합해 2024년 개관 예정으로 서울에 기숙사를 추진 중이다. 여기다 북구와 남구도 기숙사 건립 의향을 내비쳤다. 경남도 2018년에 서울 강남구에 예산 376억 원을 들여 기숙사를 건립했다.

지역인재 지원을 위해 재경 기숙사를 건립·운영하려는 지자체의 취지 자체를 수긍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이들이 주거비 걱정 없이 학업에 열중해 꿈을 이룬 뒤 고향을 위해 기여한다면 지역으로선 더 바랄 바가 없다. 관건은 이런 선순환을 과연 기대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재경 기숙사를 비판하는 사람은 이게 희망 사항에 가깝다고 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수도권에 진학한 비수도권 고교생 중 80%는 그대로 수도권에 머문다고 한다. 큰돈을 들인 재경 기숙사가 오히려 서울 집중을 더 공고화하는 셈이다. 경북도가 2018년 기숙사 건립을 중도에 백지화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하는데, 수긍이 간다.

지역인재의 유출 방지와 확보가 절박한 문제임은 분명하지만, 지금의 경쟁적인 재경 기숙사 건립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연구기관의 분석처럼 기대했던 만큼의 실효성이 없다면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재경 기숙사로 인한 차별과 형평성 논란도 지금의 시대 분위기와는 맞지 않다. 이제는 고향으로 돌아올 확률이 거의 없는 인재보다 지역으로 돌아온 인재를 지원하는 정책 전환이 바람직하다. 인재 유출을 걱정하는 지자체가 오히려 지역에 있는 인재를 홀대한다면 이게 바로 모순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매번 서울만 바라보기보다 지역으로 돌아온 인재를 더 소중히 여기는 정책 발굴이 인재의 지방 확충을 앞당기는 일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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