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지 정체에 “종로 공천 포기”… 송영길의 ‘내려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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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겸 상임선대위원장은 25일 자신의 차기 총선 불출마와 3·9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종로·안성·청주 등 재·보선 3곳에 대한 무공천 방침을 ‘깜짝’ 발표했다. 동일 지역 4선 연임 금지, 지방선거 청년 대거 공천 등 정치 개혁안의 제도화를 약속했고, 윤미향·이상직·박덕흠 의원의 국회 제명 처리 방침도 밝혔다. 새해 들어서도 이재명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30%대 박스권에 갇혀 횡보하자 설 연휴 직전 이를 타개하기 위한 초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도 구체적인 내용을 몰랐다고 한다.

안성·청주 포함 재·보선 무공천
본인 차기 총선 불출마도 선언
윤미향·이상직 등 제명 처리 공언
이재명 “정치인도 바꾸겠다” 호응

송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무능한 개혁과 내로남불, 오만을 지적하는 국민의 질책을 달게 받아들이며, 변화와 쇄신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국민의 분노와 실망, 상처를 덜어 드리기에 민주당의 반성과 변화, 쇄신이 많이 미흡했다”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강조했다. 2001년 민주당 내 개혁파 초선의원 12명으로 구성된 ‘새벽21’ 멤버로 당 쇄신 목소리를 높였던 송 대표가 20년 만에 쇄신의 대상이 됐음을 고백하고 반성을 다짐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가 상당할 전망이다.

송 대표와 함께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그룹 간판급 인사인 우상호 의원은 이날 곧바로 페이스북에 “지난해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이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며 “우리가 비운 그 자리에 훌륭한 젊은 인재들이 도전하기를 바라며 적극적으로 돕겠다”라고 호응했다.

이 후보도 힘을 실었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 가평 철길공원 즉석연설에서 “어제는 저를 초기부터 돕던 몇 안되는 의원(7인회)들이 다음 정부가 만들어지더라도 소위 장관을 안 한다고 선언했고, 오늘 송 대표가 우리 국회의원들을 과감히 제명한다고 하고 같은 지역에서 3번까지만 의원을 하고 그 이상은 못하게 하는 법도 만든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를 진짜 바꾸겠다. 정치인도 바꾸겠다”며 “이렇게 살점도 떼어내고 있으니 한 번의 기회를 더 주시면 정말 열심히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보궐선거에서 후보를 공천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당 쇄신의 진정성을 보여 주는 동시에 이 후보의 부담을 덜어 주려는 의지로 비친다. 특히 ‘정치 1번지’ 종로 공천의 경우 대선후보와 러닝메이트 성격으로 묶인다는 점에서 정치적 부담이 없지 않았는데, 송 대표가 직접 무공천 방침을 밝히면서 이 후보가 대선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선 출마를 희망했던 당내 인사들의 불만이 불가피한데, 이 역시 이 후보가 아닌 송 대표가 오롯이 짊어지는 분위기를 연출한 것도 이 후보로서는 다행스럽다는 관측이다.

다만 ‘동일지역 4선 연임 금지’ 제도화 방침을 두고는 큰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3선 의원은 자신들의 생사가 걸린 문제인 만큼 실제 제도화까지는 대선 이전에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 나온다. 송 대표의 총선 불출마 선언을 놓고도 백의종군이나 선당후사로 보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도 있다. 이미 5선 의원으로 인천시장에 당 대표를 지낸 송 의원의 총선 불출마 카드는 ‘파격’은 아니라는 의미다.

거기다 이 후보와 송 대표의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 전략을 두고 친문(친문재인)계 불만이 없지 않은 상황이라, 인위적인 인적 개편이 무리하게 진행될 경우 친문의 반발이 표면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송 대표의 쇄신안에 대해 겉으로 불만을 제기하기 어려운 국면이지만, 설 이후에도 이 후보 지지율에 변화가 없다면 오히려 쇄신안이 당내 갈등을 부추기는 상황을 연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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