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문화재 관람료 '봉이 김선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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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법무법인 예주 대표변호사

불교계가 노했다. 지난해 10월 5일 국정감사에서 한 정청래 의원의 발언 때문이다. 정청래 의원은 사찰 관람료를 ‘통행세’로, 사찰을 ‘봉이 김선달’로 비유했는데,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정청래 의원이 사과했지만, 불교계는 정부의 종교적 편향까지 거론하며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지는 듯하다. 문화재 관람료, 정확히 ‘문화재구역의 관람료’는 복잡한 역사적 연혁이 얽혀 있다.

정청래 의원, 관람료 ‘통행세’ 지칭
불교계, 정부 종교 편향에 크게 반발
해묵은 갈등 제도적으로 해소해야

문화재 구역, 법적 근거 마련 시급
관람료는 문화재 보존·계승 비용
정부·불교계·이용자 서로 소통하길

1962년 제정된 문화재보호법 제49조 제1항은 ‘국가지정문화재의 소유자는 그 문화재를 공개하는 경우 관람자로부터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다. 다만, 관리단체가 지정된 경우에는 관리단체가 징수권자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1967년 박정희 정부에서 국립공원제도를 도입하면서 사찰 사유지를 국립공원에 편입하고도 그 어떤 보상도 해 주지 않았다. 스님들이 반발하자, 정부는 국립공원 입장료에 문화재 관람료를 합쳐 통합 징수한 뒤 일부를 사찰에 건네주며 갈등을 무마했다. 이는 아무런 법적 근거 없는 미봉책에 불과했고, 결국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당시 정부는 “국립공원, 국민에게 돌려드린다”라면서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했는데, ‘문화재 관람료’만 덩그러니 남은 상황이 되자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게 된 것이다. 당시 정부는 사유지 제한을 직접 보상하는 방법 대신 사찰이 관람료를 걷게 하는 편법을 취한 것이었다. 결국, 갈등을 야기한 정부는 뒷짐 지고 있고, 비난의 화살은 사찰로 향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십 수 년 동안 국립공원 내에 있는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에 대한 갈등은 계속되고 있고, 실제 국립공원 이용자들이 사찰을 상대로 통행방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전남 구례 국립공원 내에 있는 천은사가 국립공원입장료가 폐지된 이후에도 예전 천은매표소 자리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자, 이용자 74명이 원고가 되어 통행방해금지 등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광주고등법원은 “문화재를 관람할 의사가 없는 원고들에게 관람료를 납부하지 아니하면 해당 도로 자체의 통행을 하지 못하게 하고, 부득이 문화재 관람료를 납부하도록 하는 것은 원고들의 통행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정신적 위자료로 1인당 10만 원까지 지급하라고 판결하였다. 그 후 천은사는 전남도, 환경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통해 문화재 보수, 탐방로 정비 및 편의시설 개선, 사찰 소유 지방도 부지 매입 등을 조건으로 공원문화유산지구 통행료라는 이름으로 받던 관람료를 폐지했다. 이러한 천은사의 사례는 오랜 갈등을 해결할 귀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천은사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문화재 관람료 징수에 대한 명확한 범위와 근거 법률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고, 결국은 문화재 관람료를 둘러싼 논란은 문화재 관람료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일방적인 국립공원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찰 사유지를 아무런 보상 없이 국립공원으로 편입한 것은 명백히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이고, 마땅히 헌법소원을 제기했어야 될 일이었지만, 그 당시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정청래 의원이 쏘아 올린 불쏘시개로 지금이야말로 그 갈등을 법적, 제도적으로 해소해야 할 것이다.

현재 발의된 문화재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의하면, 대통령령 및 지자체 조례로 문화재 관람료를 감면하고, 문화재 보호 등을 위해 감면된 금액만큼을 국가가 문화재 소유자 또는 관리단체에 지원할 수 있도록 법적근거를 마련하도록 되어 있다. 그 외에도 전통사찰과 문화재가 재난에 구호될 수 있도록 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개정안’, 전통사찰과 부속토지의 생태·환경적 가치를 포함한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는 ‘자연공원법 일부개정안’, 사찰림에 대한 정부 및 지자체의 체계적 관리 및 지원을 위한 ‘산림보호법 일부개정안’ 등이 발의돼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문화재보호법 제49조 제1항의 문화재 관람료의 징수 대상이 되는 문화재 구역 범위에 대한 보다 명확한 법적 근거를 확립하여야 한다. 그 이후에 일정 구역에 대해 문화재 관람료를 제한하게 된다면, 국가 재정상 과거 사유지에 대해 전체 손실보상을 해 주기 어렵더라도 적어도 문화재 보존과 보호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문화재 보존 지원금의 형태로 합리적인 지원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문화재 관람료는 불교 문화재를 관람하는 값이 아니라, 문화재의 보존과 계승을 위한 비용으로 이해해야 하고, 그러한 취지에서 국립공원 이용자와 불교계, 정부가 소통하여 제도가 정비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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