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51. 규칙과 불규칙의 단순미, 곽인식 ‘작품B’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일본 현대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화파는 두 가지로 언급할 수 있다. 오사카와 교토를 중심으로 하는 간사이 지역 작가들이 주축이 되었던 ‘구타이파’와 도쿄 지역 작가들 중심으로 활동했던 ‘모노파’이다.

구타이파는 1950년대에 모방의 한계를 넘어서 새로운 것에 대한 창조를 지향하는 그야말로 아방가르드 성향의 활동이었다. 한편 모노파는 1960년대에 사물의 근본적인 물성과 존재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사물과 사물, 사물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그룹이었다.

두 화파는 시기와 성향에서 조금의 차이를 볼 수 있으나 일본현대미술에 빼놓을 수 없는 화파이다.

곽인식(1919~1988)은 대구 출신의 재일교포로 일본미술학교에서 공부하고, 일본에 정착해 작가 활동을 이어갔다. 1950년대 그는 초현실주의와 앙포르멜 영향을 받은 작업을 선보였다. 평면적 회화 작업에서 벗어나 돌, 나무, 철판 등의 물질을 이용한 폭넓은 조형작업이었다.

이러한 작업의 성향은 당시 일본의 현대미술이 태동하려 했던 시기의 모노파에도 큰 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0년대에 들어서는 종이에 작은 타원형의 점이 겹치는 방식의 단순한 작업 성향이 나타난다. 화면에 올리는 타원형은 맑고 투명한 색감을 드러낸다. 단색으로 종이에 스며들어 번지는 효과는 종이와 색을 일체화 시켜 온화하고 동양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소개하는 ‘작품B’는 1982년의 곽인식의 말기 석판화 작품으로 또 다른 성향을 보여주는 작업이다. 검고 짧은 선들을 가로로 나열하는 방식으로, 규칙적 흐름 속에서 불규칙적 선의 변화를 통해 회화의 묘미를 다른 방식으로 느끼게 한다. 먹의 농담처럼 짙고 옅음의 존재는 정해진 사각의 틀 안에서 연출되는 변화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음악의 선율처럼 리듬감과 율동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정종효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