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좋은 일 하는 사람’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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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완 동의과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다가오는 대선을 앞두고 최근 여러 후보자가 ‘사회복지사 처우 개선’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간 열악한 처우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소외계층의 아픔에 공감하고 헌신해온 수많은 사회복지사의 노고를 익히 알기에 반가운 일이나, 한편으로는 이것이 선거철 표심을 끌어안기 위한 한철 이슈로 전락할까 우려스럽다.

더욱이 지난 수년간 사회복지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오로지 ‘처우 개선’에만 매몰된 점이 사회복지사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보건과 사회복지서비스업 분야 일자리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특히,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사회복지제도가 확대됨에 따라 사회복지사에 대한 인력 수요는 매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사회복지사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어떠한가. ‘참 좋은 일 하시네요.’, ‘혹시 월급은 받으시나요?’ 사회복지사들이 일선 현장에서 종종 듣는 말이다. 또한 학생들 가운데서도 사회복지사를 ‘자원봉사자’와 유사하게 생각하고 입학했다가 학업 과정에서 큰 혼란을 겪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사회복지사를 ‘좋은 일 하는 사람’ 정도쯤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전문직으로서의 사회복지사에 대한 인식은 미흡한 수준이다.

사회복지사는 사람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우리 사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대변가이자 지역사회와 협력·연계하여 이들이 안고 있는 실존적 위기를 책임지는 복지 전문가다. 이제는 처우 개선에서 나아가 사회복지사의 전문직업적 정체성이란 새로운 담론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논의는 우리보다 앞서 사회복지체계를 정비한 선진국들이 이미 한차례 경험한 것들이다. 미국의 경우, 1900년대 초 논쟁을 거쳐 특정 자격 수준을 요구하는 사회복지사 제도를 고안하고 사회복지사 활동 범위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주마다 차이가 있으나, 뉴욕주는 전문사회복지사, 임상 사회복지사(LCSW), 의료보험 청구가 가능한 임상 사회복지사(LCSW-R)로 구분하고 자격 과정을 철저히 관리하여 사회복지사는 전문직으로서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 또한 마찬가지다. 1987년 ‘사회복지사 및 개호복지사법’을 제정하여 일정 교과목을 이수하고 국가시험에 합격한 자에게 사회복지사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통합적 실천 교육을 위해 필수 이수 교과목을 확대하는 한편, 실무 실습 교육의 비중을 큰 폭으로 늘렸다.

이에 반해 국내는 사회복지사 자격 취득이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우선으로 사회복지사 자격을 1급과 2급으로 분류하고 있으나, 급에 따른 활동 범위와 권한은 전혀 구분되어 있지 않다. 또한, 국가 자격시험인 1급과 달리, 2급의 경우 사회복지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일정 요건의 교과목을 이수하면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모든 직업·직종이 그러하듯, 전문직으로 확고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탄탄한 교육제도가 필수적인 요건이다. 사회복지사 역시 사회복지 실습 비중 확대와 더불어 이수 교과목 정비, 이수 시간 확대 등 교육과정 정비가 지속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자격 과목 이수를 위한 교육과정을 제한하고 교육 인증제를 도입하여 교육과정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과 관리체계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사회복지 업무에 대한 배타적 독점권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때다. 엄격한 업무독점권은 아닐지라도 사회복지 실천 과정을 세분화하여, 전문성이 요구되는 주요한 과정에서 독점적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에 대한 제도화가 필요하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내 직업을 밝혔을 때, 그저 ‘좋은 일 하는 사람’을 넘어 ‘우리 사회 복지 전문가’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듣는 그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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