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과도 ‘철강 관세’ 타결… 국내 업계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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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유럽연합(EU)에 이어 일본과의 철강 관세 분쟁도 해소했다. 무역 경쟁을 벌이는 중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동맹국들과 철강 분쟁을 일으킨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와 차별화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에도 여전히 우리나라는 미국과 철강 관세 협상을 개시도 못해, 국내 철강업계의 타격이 우려된다.

일본산 철강 제품 125만t 대상
4월부터 25% 관세 철폐 합의
중국산 철강 견제 내용도 포함
지난해 10월엔 EU와도 타결
한국과는 협상 개시도 안 해
국내산 ‘대미 경쟁력’ 약화 우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은 오는 4월부터 일본산 수입 철강 제품 중 연간 125만t에 대해 적용하고 있는 25% 관세를 철폐하기로 일본과 이날 합의했다. 연간 125만t까지 무관세 수입을 허용한다는 얘기다. 이를 넘어서는 물량에 대해서는 저율할당관세(TRQ)를 적용해 25%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TRQ는 일정 기준을 넘어서는 물량에만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125만t은 2018, 2019년 미국이 수입한 일본산 철강의 평균값이다. 일본산 알루미늄 제품에 부과됐던 10% 관세는 합의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EU와도 철강 관세 문제에 합의했다. EU는 합의에 따라 약 430만t의 물량을 관세 없이 수출한다. 세부 합의 내용을 보면 일본보다 EU가 더 좋은 조건을 얻어냈다.

미·일 합의안에는 중국산 철강을 견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중국산 철강이 일본을 거쳐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일본산’의 정의를 ‘일본에서 제강된’으로 규정한 것이다.

미국은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이던 2018년 3월 국가안보 위협을 명분으로 일본, EU, 중국산 철강 등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당시 EU는 버번위스키, 리바이스 청바지 등에 보복관세 방침을 밝히는 등 크게 반발했다. 그러나 동맹 체제 강화 등을 내세운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주요 국가와의 관세 분쟁이 하나 둘 씩 해소되는 모습이다. 미국은 EU에서 탈퇴한 영국과도 관세 철폐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미국의 ‘철강 분쟁’ 해소 행보 속에 우리나라는 빠져 있다. 한국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통상교섭본부장이 잇따라 미국을 방문해 협상 개시를 촉구했지만, 미국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관세 분쟁을 끝낸 EU, 일본에 비해 국내 철강업계의 대미 경쟁력이 떨어질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코로나19, 원자재 가격 상승 등과 겹쳐 국내 업계가 이중고에 시달릴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2018년 관세 부과 대신 이전 3개년 철강 완제품 평균 물량의 70%를 미국에 수출하기로 했다. 이에 2015~2017년 연 평균 383만t이던 한국산 철강 수출량은 지난해 269만t대로 감소했다. 국내 철강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9.9% 정도다. 중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시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아시아 대표 국가인 한국 요구를 계속해서 무시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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