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인과 바다의 도시’ 부산, 노인 학대까지 빨간불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에서의 노인 학대 실태가 유달리 심각하다는 우울한 통계가 나왔다. 김도읍 의원실이 8일 공개한 자료인데, 지난해 부산에서 경찰에 신고된 노인 학대 건수가 1118건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부산보다 많은 곳은 경기와 서울 두 곳뿐이라고 한다. 하지만 인구 대비로 보면 두 곳과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더 주목해야 할 건 부산에서의 노인 학대 신고 건수 증가율이다. 2017년 479건에서 2020년 667건으로 3년 동안 39.2% 느는 데 그쳤으나 2021년 한 해에만 67.6% 폭증했다. 강원도나 광주 등 일부 지자체에선 신고 건수가 오히려 줄었다는데 부산은 왜 그렇게 폭증했는지 규명해 볼 일이다.

지난해 67% 이상 폭증, 전국 최고 수준
지역사회 지속적인 관심과 방지책 절실

코로나19 사태가 부산에 더 큰 피해를 끼쳤을 가능성 등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최근 부산의 급격한 고령화도 큰 몫을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안 그래도 ‘노인과 바다만 보인다’는 의미에서 ‘노인과 바다의 도시’라는 자조 섞인 비유로 지칭되는 부산이다. 실제로 부산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해마다 상승해 지난해 12월 기준 20.4%로 광역시 가운데 처음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노인을 봉양해야 할 젊은 인구는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등 갈수록 줄어드는데 노인 인구만 상대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그런 형편에 코로나19라는 위기까지 덮치자 노인 학대 급증이라는 안타까운 현실로 표출된 것일 수도 있다.

더 서글픈 건 노인 학대의 대부분이 가족에게서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해 부산에서 검거된 노인 학대 가해자 175명 중 170명이 자식이나 배우자였다. 이는 알려지지 않은 노인 학대가 훨씬 많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자식에게 학대를 당해도 외부에 알려지는 것이 부끄럽고 자식에게 피해를 줄까 봐 신고하지 않는 부모가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학대피해노인전용쉼터 같은 보호기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이런 사실은 학대를 당해도 노인들이 의지할 곳이 거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루 평균 3건 꼴로 신고되는 등 학대가 일상사인데도 우리 사회가 피해 노인들을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노인 학대를 신고해도 가해자가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겨우 20% 수준이라고 한다. 거기엔 자식의 처벌을 원치 않는 부모의 마음이 작용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노인 학대를 개인이나 일개 가정의 문제로 여겨서는 안 된다. 전문가들은 이웃이나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피해 노인 보호나 구제를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 등 제도적인 장치 마련도 절실하다. 노인 학대 예방은 초고령 시대를 맞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풀어야 할 현안이지만, 그에 앞서 가족을 위해 희생한 노인들이 가족에게 학대받는 비극은 사라져야 사람 사는 세상의 바른 도리 아니겠는가.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