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항소심 ‘징역 3년 선고’… 1심 판결 유지
부하직원을 강제추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항소심에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부산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오현규)는 9일 오 전 시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검찰과 오 전 시장 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1심 재판부는 오 전 시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시설과 장애인복지시설 5년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 “권력형 성범죄에 해당
2차 피해 상당부분도 책임 있어
선고 연기신청, 의미 없어 기각”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시장이라는 월등히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를 강제추행했다”며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고, 이를 권력형 성범죄에 해당한다고 본 1심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시장 집무실에서 추행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입힌 혐의(강제추행치상)에 대해 “권력형 성범죄의 특수성과 부산시장이라는 정치적 지위 등을 감안할 때 이 사건이 알려짐에 따른 2차 피해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며 “2차 피해의 상당부분 책임은 피고인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장애 정도가 강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거운 형으로 참작할 양형조건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앞서 오 전 시장 측 변호인단은 선고 하루 전날 재판부에 선고기일 연기신청서를 제출했다.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할 수 있도록 일주일의 시간을 더 달라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연기 의사 제출과 동시에 피해자 측에서 합의 의사가 없다는 서면을 냈다”며 “선고 연기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예정대로 선고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선고심 직후 오거돈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항소 기각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부산여성상담소 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장명숙 상임대표는 “항소심이 길어지면서 피해자는 고통의 나날을 보냈고, 특히 오 전 시장 측이 선고 연기를 신청하면서 피해자는 극도의 공포심을 느꼈다”며 “감형요소는 없고 가중처벌 요소만 있는 사안이었지만, 재판부가 항소를 기각하면서 우리의 희망을 짓밟았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어 “오 전 시장은 재판 내내 치매나 ‘귀신에 씌였다’ 등 허무맹랑한 변명과 진정성 없는 반성으로 피해자를 우롱했다”며 “권력형 성범죄가 끝까지 처벌받을 수 있도록 연대해달라”고 밝혔다.
공대위 측은 피해자가 오랜 시간 재판으로 고통받고 있는만큼 상고 여부를 조심스레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안준영 기자 j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