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덜 된 ‘셀프 치료’에 “재택 방치” 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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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영(32) 씨는 지난 4일 코로나19 확진 이후 5일이 넘도록 전담병원으로부터 단 한 통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지난 2일 검사를 받았던 집 인근 보건소에서는 확진 통보조차 오지 않았다. 김 씨는 지난 3일 직접 시청 역학관리팀을 찾았고, 선별진료소 재검사를 거쳐서야 확진 사실을 알게 됐다. 확진 통보부터 전담병원 지정까지 방역당국의 관리체계에서 사실상 ‘패싱’된 것이다.

재택치료 전환 의료 현장 혼란
부산 대상자 1만 명 돌파 불구
비대면 의료기관 아직 확정 안 돼
약 처방 못 받아 ‘관리 패싱’ 우려
병·의원 참여 확대 등 대책 시급

김 씨는 “확진되고 지금까지 모니터링 전화 한 통 받지 못했다. 별도 약도 처방받지 못해 지인에게 부탁해 약국에서 약을 사왔다”며 “몸 상태가 악화되면 연락할 전담병원도 없어 119에 신고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고위험군 중심 재택 치료 전환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이렇게 방치가 되는데, ‘셀프 치료’가 이루어지면 위급상황에서 확진자들은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 하느냐”고 호소했다.

부산지역 재택 치료자가 1만 명을 넘어서면서 확진자 의료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재택 치료 방역체계 전환을 앞두고 벌써부터 ‘재택 방치’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택 방역체계 전환 이후 일반환자군이 관리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구체적 지침과 안내가 절실한 상황이다.

당국이 ‘별도 관리 대상’이라고 밝힌 소아도 방치되는 상황이 빚어진다. 재택 치료자 이 모(38 ·부산 해운대구) 씨는 지난 8일 확진된 5살 난 딸의 몸 상태가 악화되자 전담병원에 약 처방을 요청했다. 그러나 전담병원은 ‘소아과가 아니라 약 처방이 어렵다’고 답했다. 당초 소아 진료와 처방이 어려운 의료기관이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것이다. 위급상황에서 이 씨의 딸이 도움받을 곳은 없었다.

이 씨는 딸의 전담병원을 소아과가 있는 쪽으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병원 측은 명단을 다른 병원에 넘겨주기 어렵다며 거절했다. 관할 보건소와 구청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 씨는 “아이는 폐 손상 속도가 빠르다는데 제때 약을 먹지 않으면 후유증이 남을까 걱정이 크다”며 “집에 있는 모든 항생제를 자체 처방해 먹이고 있지만 옳은 방법인지 확신이 안 서 불안하다”고 말했다.

재택 치료 체계 전환을 하루 앞둔 일선 의료 현장도 갑작스러운 변화로 애를 먹고 있다. 부산시는 9일 오후까지 비대면 의료기관을 확정하지 못했다. 일반 환자군에 대한 모니터링 등 관리가 사라지는 대신 비대면 의료기관 진료를 대책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대응책이 제때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

부산시 시민방역추진단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동네 병·의원 등 전 의료기관이 비대면 진료에 참여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으나, 체계 변화가 갑작스럽게 진행되다 보니 진료에 참여할 병원을 조사하고 있는 단계다”며 “9일 밤 안에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병원 명단을 온라인에 공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윤태호 부산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재택 치료 체계 전환 이후 시민들이 응급상황에 대한 불안이 큰 만큼 방역당국은 재택 치료 관리에 참여하는 일선 병·의원을 충분히 확대하는 등 확실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면서 “더불어 시민 스스로도 충분히 코로나19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정보를 지속적으로 전달해야 방역당국의 메시지를 믿고 따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은샘·김동우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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