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은퇴 투어도 좋지만 롯데 팬 위해 사인 한 장 더… ”
‘조선의 4번 타자’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39)가 2022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 이대호는 은퇴를 앞둔 마지막 시즌을 화려하게 불태우고자 스프링캠프에서 후배들과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지난 12일 스프링캠프에서 타격 연습과 내야 수비 훈련을 마친 이대호는 상·하의 유니폼이 헐렁해 보일 정도로 홀쭉해진 모습이었다. 이대호는 특유의 우렁찬 목소리로 훈련장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후배들에게 힘을 보탰다.
이대호는 12일 진행된 스프링캠프 첫 인터뷰에 차분한 표정과 목소리로 응했다. 은퇴와 관련한 취재진의 이어지는 질문에 신중하게 답변했다. 이대호는 “은퇴를 앞둔 마지막 시즌인 만큼 어느 때보다 비시즌 동안 살도 많이 빼고 운동을 많이 했다”며 “마지막 시즌을 준비하는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고 강조했다. 이대호는 예년과 같이 올해도 ‘30홈런·100타점’을 목표로 밝히며 “올해는 꼭 달성하고 싶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은퇴식 일주일 전부터 울 것
구단에도 안 하고 싶다 뜻 전달”
올 시즌 목표 30홈런 100타점
멋진 활약으로 가을야구 진출
마지막 스프링캠프서 ‘구슬땀’
이대호는 2001년 2차 1라운드, 전체 4번으로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했다. 21년 동안 한국프로야구(KBO)와 미국프로야구(MLB), 일본프로야구(NPB)를 모두 경험하며 화려한 야구 경력을 쌓았다. 2010년 시즌엔 도루를 제외한 ‘타격 7관왕(타율·홈런·타점·안타·득점·장타율·출루율)’에 오르며 ‘조선의 4번 타자’라는 칭호를 팬들로부터 받았다. 그는 MLB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뒤 2017년 롯데로 돌아와 지난해 은퇴를 예고했다.
이대호는 최근 일부 야구팬들을 중심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은퇴 투어’’에 대해 처음으로 속내를 털어놨다. 국내 주요 야구 커뮤니티에서는 이대호의 공식 은퇴 투어 진행 여부를 둘러싸고 찬반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은퇴 투어는 구장별 마지막 원정 경기에서 은퇴를 축하하는 행사를 여는 것이다. KBO 선수 중 공식 은퇴 투어를 한 선수는 전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이 유일하다.
이대호는 “솔직히 구단에는 은퇴식도 안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며 “평소 눈물이 많은 편이라 은퇴식 일정이 다가오면 일주일 전부터 울 것 같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은퇴 투어에 대해서도 “은퇴 투어를 하면 좋지만, 그보다는 전국에 있는 롯데 팬들을 위해 원정 경기 때 한 명이라도 더 사인해드리면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담담하게 답했다.
이대호는 올 시즌 가을야구 진출과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다만 팀 주축 선수의 이적과 전력 보강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대호는 “솔직히 말해서 손아섭 선수와 같은 팀 주축 선수가 빠져나가는 것이 아쉬웠다”며 “더군다나 KT나 LG처럼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팀들이 전력이 보강되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심정이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야구는 흐름이 매우 중요하고,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하는 것이 야구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5강 싸움에 우선 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대호는 팀 내 최고참으로서 올 시즌 멋진 활약을 펼치고 싶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이대호는 “이학주나 장두성을 비롯해 뛰어난 신인들도 많지만, 정훈·전준우·안치홍 같은 고참 선수가 더 잘해야 한다”며 “고참 선수들이 자기 성적을 잘 내며 팀 분위기를 이끌어간다면 롯데의 가을야구는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대호의 가슴 속엔 롯데의 응원가인 ‘부산 갈매기’가 울려 퍼지는 사직구장이 오롯이 남아있는 듯했다. 코로나19로 잠잠한 분위기 속에 이어진 지난 두 시즌은 그에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대호는 “코로나 이전에 팬들의 환호성으로 가득찼던 사직구장이 너무 그립다”며 “사직구장에서 팬들도 스트레스를 풀고, 선수들도 팬들로부터 좋은 기운을 얻는 그런 날이 하루빨리 오길 간절히 기다린다”고 소망했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