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등급도 ‘수도권 대학 희망’ 증가 … 지역인재 유출 가속화
진학사 ‘모의지원 33만 명 분석’
비수도권 지역 수험생들이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을 희망하는 비율이 갈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2등급 최상위권 학생들뿐만 아니라 3~4등급 학생들의 수도권 대학 희망률도 늘고 있어 지역인재 유출 가속화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입시전문업체 진학사는 2022학년도 정시 모집에서 진학사 모의지원 서비스를 이용한 수험생 33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비수도권 지역 수험생들 중 수도권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비율이 평균 40.1%로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이 분석은 수험생들이 정시모집 가·나·다군에 모의지원한 3개 대학의 소재지를 기준으로 했다.
부산 3~4등급 비율, 비수도권 1위
2021년 1.61%→2022년 1.88%
비수도권 전체 40% “수도권으로”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비수도권 지역 중에서는 강원지역 학생들의 수도권 진학 희망률이 47.9%로 가장 높았고, 제주가 47.2%로 뒤를 이었다. 지역 내에 15개 4년제 대학이 있는 부산지역 학생들의 경우 수도권 진학 희망률이 비수도권 중 가장 낮았지만, 수치는 최근 들어 가파르게 상승했다. 2020년 22.9%에서 올해 30.4%로 2년 만에 1.3배 가량 뛰었다. 나머지 13개 지역도 마찬가지로 증가 추세여서, 비수도권 수험생들이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하고자 하는 경향이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 중에서도 서울로 진학 희망지역이 집중되고, 자신이 속한 지역의 대학으로 진학하고자 하는 비율은 감소한 점이 두드러졌다.
지역별로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진학을 희망한 지역(대학 소재지)을 추린 결과, 부산지역 수험생들은 부산을 가장 많이 선택했지만, 수치는 2020년 49.5%, 2021년 48.0%, 2022년 45.8%로 해마다 줄어들었다. 반면 두 번째로 많이 선택한 서울의 비율은 같은 기간 17.2%→17.9%→21.9%로 꾸준히 늘었다.
강원지역 수험생들의 경우 2021년까지 강원이 1순위, 서울은 2순위였지만, 2022년에는 순위가 바뀌어 서울지역 대학(31.8%)이 강원지역 대학(29.2%)을 앞섰다. 부울경 내에서는 울산(1순위 서울)과 경남(1순위 경남)지역 수험생 모두 부산을 두 번째로 많이 꼽았다.
성적대별로 3~4등급 학생들의 수도권 진학 희망비율이 1년 전보다 높아진 점도 눈에 띈다.
수능 성적이 우수한 1~2등급 학생이 일반적으로 수도권 대학을 선호하던 현상이 3~4등급 학생들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특히 부산의 경우 3~4등급 학생들 중 수도권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비율이 2021년 1.61%, 2022년 1.88%로 비수도권 지역 중에서 가장 높았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소장은 “지방거점국립대를 비롯해 지역대학 입학생 대부분이 3~4등급대 학생들이기 때문에 더 심각한 문제”라며 “이번 분석 결과를 볼 때 지역대학의 정원 미달 현상을 단순히 학령인구 감소 영향으로만 보기 어렵고, 대학에서도 지역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더욱 차별화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모의지원에 근거한 분석이긴 하지만 실제로 지역대학의 우수인재인 3~4등급 학생들이 수도권으로 진학할 경우 지역대학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시교육청 권혁제 중등교육과장은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분야에 걸친 수도권 일극화에 따라 교육 분야 역시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더 높은 차원의 지방분권 등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없으면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