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 답이다] 새 그림 그리는 옛 밀양대 부지, 17년 방치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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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 답이다] 밀양대 부지 활용

경남 밀양시 내이동에 위치한 옛 밀양대학교 부지 전경. 밀양대 캠퍼스가 밀양 도심에서 삼랑진읍으로 2005년 이전한 뒤 17년 동안 방치돼 부지 활용이 밀양의 숙원이 됐다. 밀양시 제공

1924년부터 2005년까지, 80년이 넘도록 경남 밀양 도심의 핵심 거점이었던 밀양대학교 캠퍼스. 삼랑진으로 이전한 캠퍼스와 함께 대학생 등 5000여 명이 썰물처럼 도시를 빠져나가자 이곳은 황량함만 남은 침묵의 공간이 됐다.

이후 무려 17년 동안 방치된 옛 밀양대 캠퍼스(이하 밀양대)는 도시의 맥을 끊는 걸림돌로 전락했다.

그런데 최근 밀양시가 정부 공모사업을 통해 밀양대 부지 일부를 시민 소통·협력 공간으로 조성하는 재생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체 부지 활용 방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부 부지 활용에 대한 물꼬는 텄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2022년 소통협력공간’ 공모 당선
폴리텍대학 밀양캠퍼스 설계
부지 내 햇살시민캠퍼스 조성
국유지 개발 제약 걸림돌 가능성


■17년 흉물…인구 감소·상권 위축 ‘주범’

최근 둘러본 밀양대 내부 도로와 건물 주변에는 수목과 잡풀이 무성했다. 국유 재산 관리를 위해 일반인 출입을 금지하는 표지판이 내걸리고, 건물 입구 곳곳에 자물쇠도 채워져 있다. 밀양대가 사용하던 강의동과 본관 등 23개 건물의 수도와 전기 등은 이미 끊긴 지 오래다.

밀양시 내이동은 영남루와 밀양강이 인접한 전통적인 밀양의 도심이다. 밀양대가 외곽으로 떠나자 인구 감소는 물론 지역 상권도 크게 위축됐다. 재학생이 5000여명에 달하던 밀양대 인근 상가와 도심은 학생들로 북적였었다.

이후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밀양대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선거때마다 후보들의 개발 공약이 쏟아졌지만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

다행히도 최근 행정안전부 ‘2022년 지역거점별 소통협력공간’ 공모에서 밀양대 부지가 뽑혔다. 지역거점별 소통·협력공간은 민·관·산·학이 지역 의제를 함께 발굴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 주민참여 지역사회 혁신거점 공간을 말한다.

밀양시는 올해부터 3년간 국비 60억 원, 도비 12억 원 등 사업비 120억 원으로 밀양대 3호관(연면적 2774㎡)을 소통·협력공간으로 바꾼다. 완공은 2024년 목표다.

이 공간은 밀양시민 뿐만 아니라 경남도민도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이곳에는 생활실험실(리빙랩), 혁신 사례를 전시하는 아카이브 공간,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개발 공간, 코워킹 스페이스(협업 공간), 인구감소 대응센터 등 밀양과 경남 지역사회의 혁신을 이끄는 공간이 입주한다.

하지만 소통·혁신공간은 밀양대 부지 일부에 불과하다. 전체 부지는 5만 4833㎡인 반면, 소통·혁신공간으로 활용되는 3호관 부지는 554㎡에 그친다.



■폴리텍대학·햇살전환캠퍼스로 ‘마중물’

밀양시는 나머지 공간에 폴리텍대학 유치와 함께 햇살전환캠퍼스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2015년 한국 폴리텍대학이 이곳에 밀양캠퍼스(4만㎡ 예상) 설립 사업계획을 확정했고, 현재 실시설계를 진행 중이다.

폴리텍대학은 인근 밀양나노융합산단에 필요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2025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시는 폴리텍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부지(1만 4833㎡)에 시민 중심의 햇살전환캠퍼스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시는 2020년 문화체육부로부터 제3차 문화도시 조성계획을 승인받으면서 밀양대 부지에 햇살전환캠퍼스를 조성키로 하고 사업을 진행 중이다. 문화재생을 통해 시민이 참여하는 햇살전환캠퍼스로 밀양대를 변모시키는 것이다.

문제는 국유지인 밀양대가 개발과 활용 면에서 제약이 많다는 점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가 관리하고 있어, 밀양시는 지난해 3월 폴리텍대학 예정 부지를 제외한 토지를 매입한다는 계획을 수립한 상태에서 캠코와 대부계약을 체결했다. 시는 이러한 노력이 이번 지역거점별 소통·협력공간 공모사업 선정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한다.

밀양시는 지난해 11월 햇살전환캠퍼스 예정 부지에서 ‘밀양대 페스타’를 개최하기도 했다. 졸업생과 시민 등 1만여 명이 다녀가는 등 햇살캠퍼스 조성 실험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상태다. 캠코와 폴리텍대학도 ‘부지 매입을 원칙으로, 매입 전까지는 대부계약을 체결하는 등 협조하겠다’는 의견을 보내온 상태다.

밀양시는 이번 소통·협력공간 조성을 계기로 밀양대 부지 활용 방안을 차례로 찾아 간다는 계획이다. 박일호 밀양시장은 “도심에 위치한 밀양대 부지의 가치를 활용해 시민과 도시가 공동으로 성장하는 모델로 만들 것”이라며 “방치된 밀양대 부지를 활성화시켜 활력있는 도심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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