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힘든데 공사장 가림막까지… 광복로 상인들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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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구 광복로가 특화거리 정비공사로 가림막이 설치돼 인근 상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코로나19로 영업에 큰 타격을 입은 부산 남포동 광복로 상인들이 이번에는 도로 정비공사로 어려움이 더하다고 호소한다. 안전을 위해 설치한 가림막이 쇼핑과 통행을 어렵게 해 영업에 지장이 있다는 주장이다.

20일 부산 중구청에 따르면 중구청은 지난 3일부터 20억 원을 들여 중구 남포동 광복로 특화거리 정비공사를 하고 있다. 이번 공사로 도시철도 1호선 남포역 7번 출구부터 국제시장 입구까지 이어지는 740m 길이 일방통행 차로의 바닥 판석이 교체된다. 부분적인 보수 외에 광복로를 전면 정비하는 것은 2008년 이후 14년 만이다.

중구청 특화거리 정비공사 진행
“상가 가려 매출 감소·통행 불편”
선거 앞둔 전시행정 의혹도 제기
전체 공사 6월 중순께 종료 예정

공사는 전체 구간을 4개로 나눠 진행되는데, 현재 남포역 7번 출구부터 용두산공원 입구 방면 약 250m 길이 첫 번째 구간에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구간당 공사 기간은 3~4주로, 전체 공사는 6월 중순께 마무리된다.

문제는 공사 진행 구간의 차도와 양쪽의 상점가 앞 보도 사이에 2m 높이로 세워진 가림막이다. 광복로 패션거리 일대 상인들은 광복로 양옆으로 상점들이 마주보고 늘어선 거리의 특성상 가림막이 가게 진열대를 가려 영업에 지장을 준다고 불평한다.

한 스포츠의류 판매점 점원은 “공사가 시작된 이후 매출이 30% 가까이 줄었다”며 “사람 키보다 높은 가림막에 시야가 막혀 건너편 손님이 상점에 진열된 상품을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인 것 같다”고 답했다.

이날 오후 2시께 현장을 방문해보니 실제로 광복로의 한쪽 상점가 앞에 서면 가림막이 거리 반대편 상점가로 향하는 시야를 완전히 가로막았다. 1층에 입점한 상점의 경우 피해가 더 컸다. 가림막에 가려 상점 간판만 겨우 보일 뿐, 상점 안팎으로 진열된 상품과 포스터 등 홍보물은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보행자도 가림막 탓에 통행이 자유롭지 못했다. 가림막이 현재 약 250m 구간에 걸쳐있다보니 반대편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한참을 걸어간 뒤 다시 돌아가야 했다. 광복로를 찾은 김 모(31·기장군) 씨는 “자유롭게 걸으면서 다양한 가게를 둘러보는 게 남포동을 찾는 즐거움이었는데 가림막에 시야가 막혀 답답하고 불편하다”고 말했다.

광복로 일대 상권은 특화거리 정비공사 이전부터 코로나19에 따른 매출 감소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심각한 상권 침체에 상가 앞 가림막까지 더해진 격이다. 광복로 상가들의 모임인 광복로문화포럼 김태곤 사무국장은 “광복로 일대 상가의 공실률이 3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특히 중국이나 일본 관광객들이 크게 줄면서 이들에 의존해온 화장품 가게 등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대적인 광복로 정비공사를 두고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구청장의 ‘치적 쌓기용’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하기도 한다.

중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도로가 노후화되면서 미관상 좋지 않았고, 운전자들의 불편 민원도 있었다“며 “가림막은 공사 도중 판석 조각이 튀어 보행자와 주변 상점에 위험할 수 있어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상인들과 몇 차례 공청회를 통해 공사 방식 등을 조율했다”며 “공정의 효율성이 낮아지더라도 작업 구간을 짧게 나눠서 진행하는 등 인근 상인의 불편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혜림·김동우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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