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스트롱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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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2008년 하계올림픽 때 만든 새 둥지 모양의 베이징국가체육장에서 열린 개·폐막식은 미안하지만 심심했다. 이번에도 베이징 하계올림픽 때 총감독이었던 장이머우(張藝謀)의 작품이었다. ‘붉은 수수밭’으로 빛나던 그의 시대가 저무는 느낌이다. 중국은 금 9·은 4·동 2개로 3위를 기록, 동계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도덕적이고 품격 있는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중국 공산당이 중국 대표단에 폐막식 날 보낸 축전의 내용이 참 얄궂다. 사실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빛난 인물은 선수가 아니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었다. 시 주석은 올가을 마오쩌둥 이후 첫 3연임 시대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코로나와 일부 국가들의 ‘외교적 보이콧’으로 시 주석은 조금 쓸쓸했을지도 모른다. 개막식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나마 위안이 된 모양새다. 가재는 게 편이라고 했다.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만지작거리다 방문한 푸틴 대통령에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진을 반대한다”는 중·러 공동성명 발표로 답례했다. 추락하던 러시아의 올림픽 성적은 푸틴 재집권 이후 확실히 반등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러시아 여자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훨씬 오래 기억할 것이다. 도핑 논란에 압박을 받은 천재 소녀 카밀라 발리예바가 속절없이 무너져 눈물을 흘리는데, 코치라는 사람은 위로는커녕 질책만 했다. 여자 피겨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은메달을 딴 알렉산드라 트루소바는 자신만 금메달이 없다고 오열하다 욕설 논란에 휘말렸고, 금메달의 주인공 안나 셰르바코바는 “행복하지만 공허함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러 푸틴 대통령, 중 시진핑 주석,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같은 강경 성향의 지도자를 ‘스트롱맨(Strongman)’이라고 부른다. 모두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다. 외교적 절차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때로는 쇼맨십을 통해 인기를 끌어올리는 공통점이 있다. 푸틴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뒤 곧바로 돌아가 조지아 침공을 지휘했고, 2014년 자국에서 개최한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 며칠 뒤 기습적으로 크림반도를 합병했다. 푸틴과 시진핑의 브로맨스에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북한이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와 같은 전략 도발, 국경 근처에서의 국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스트롱맨 전성시대’의 조짐이 불길하다. 박종호 수석논설위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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