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크라이나 ‘전운’, 신냉전 기민하게 대처해야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2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 대한 파병 명령을 내리면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사실상 전면전 직전 단계까지 갔다는 소식이다. 푸틴 대통령이 이 지역에 러시아군의 배치를 공식화하는 강수를 둔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도모하는 친미 정권의 행보를 러시아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푸틴의 군 투입 지시는 우크라이나 영토 보전과 정치적 독립 보장을 약속한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 각서를 정면으로 거스른 명백한 주권 침해다. 우리 정부 역시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을 일관되게 지지해 왔음을 밝히고 있다. 우리로서는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도 평화적 해결 노력을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소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반도 평화 차원에서 국제정세 직시
교민들 안전과 경제 대책에도 만전을

이날 푸틴 대통령의 돈바스 지역 분리독립 승인과 군 투입 지시는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에 불리하게 구축된 안보 질서를 1990년대 이전으로 되돌려 동유럽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과 관련돼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분석에 따르면, “탈냉전 시대 미국 주도로 형성된 안보 체제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는 것이다. 러시아·중국 간 유대가 커지고 미국은 유럽 등 동맹국들을 결집하는 양상 속에서 이는 신냉전 구도의 전조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러시아가 평화유지군이라는 명목으로 우크라이나에 개입해 분열을 부추겨 장기전을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사태는 대단히 복잡한 양상으로 흐를 공산이 크다.

당장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 현지 공관원과 교민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확보하는 일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재외국민 대피와 이송 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경제 분야에 대한 타격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는 것도 급선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내 기업과 산업계에 미칠 악영향은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은 교역 쪽보다는 특정 품목 중심으로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 수급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러시아가 국제 석유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정부가 우리 금융시장과 물가 등 실물 경제 전반에 끼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비상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어야 한다.

1991년 독립 뒤 러시아와 서유럽 사이에 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위치는 우리와 많이 닮았다. 우크라이나 위기가 염려스러운 것은 한반도 안보 상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미국·러시아 간 갈등이 깊어지고 러시아와 중국·북한이 전략적으로 연대하게 되는 신냉전 구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철저히 국익의 관점에 서서 단순한 양자택일의 상황에 몰리지 않고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가 변화하는 국제정세를 직시해 기민하게 대처해야 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