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친러 자치국’ 승인,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재연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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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지역에서 전쟁 서막이 오를 가능성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돈바스의 현재 상황이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당시 상황과 ‘판박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친러시아 반군이 활동하는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독립을 승인하는 내용의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크림 자치공화국 등 독립 선언에
러, 주민투표 근거로 강제 병합
우크라 인근 대규모 군대 대치
미·유럽-러 ‘냉전 시즌2’ 분석

러시아의 이같은 행보는 지난 2014년 크림반도 병합의 수순을 따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 소재 크림 자치공화국과 세바스토폴특별시는 2014년 3월 11일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 이어 3월 16일에는 러시아로의 합병을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해 96.6%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푸틴 대통령은 투표 이튿날인 17일 크림공화국의 독립국가 지위를 승인하고 바로 다음날크림공화국 측, 세바스토폴 측과 합병 조약에 서명했다. 러시아는 당시 대규모 시위대가 친러시아 성향의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축출하자, 크림 지역 주민투표 결과를 근거로 침공을 감행해 우크라이나 남부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다.

현재 돈바스지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레오니트 파세치니크 LPR 정부 수장은 21일 러시아 국영 TV를 통해 방영된 동영상 호소문에서 “LPR의 주권과 독립을 승인해줄 것을 당신(푸틴 대통령)께 요청한다”고 밝혔고 데니스 푸쉴린 DPR 수장도 유사한 입장을 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독립 승인에 서명했다. 크림공화국과 세바스토폴이 독립을 선언한 것과 수순을 같이 한다. 러시아는 앞서 돈바스지역 주민들에게 러시아 여권을 발급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을 사실상 자국민으로 취급하고 있다.

2014년부터 이미 이 지역은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의 교전이 산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저강도 내전 상황이었다. 17일부터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이 격화하고 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평화유지를 명분으로 이곳에 군대를 진입시키라고 명령하면서 돈바스지역은 전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방아쇠’가 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기를 계기로 ‘제2의 냉전’이 시작됐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1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유럽을 시작으로 잘못됐다고 보는 것들을 바로잡고 러시아를 다극체제 중심에 놓으려고 한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거의 없다”고 현재 국면을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이날 결정을 장기간 이어질 냉전의 초입으로 봤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대치를 보면, 동유럽 분위기는 이미 냉전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 싱크탱크 저먼마셜펀드의 조너선 캐츠 민주주의 의제 국장은 “유럽, 미국과 함께하려는 국가, 러시아와 같이 가려는 국가들을 가르는 미세한 선을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폴리티코는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넘어 발칸반도 서부나 캅카스 남부 근처 지역까지 세력 확장을 시도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내놓았다. 캐츠 국장은 “이번 사태를 냉전 시즌2라고 부르자”며 “우크라이나를 넘어 극적인 파급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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