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대학생’ 50대 부부, 캠퍼스커플로 ‘인생2막’
50대 동갑내기 부부가 부산의 한 대학에서 선후배로 ‘늦깎이 대학생’이 돼 인생 2막 도전에 나섰다. 고교 동창에서 부부가 된 이들의 인연이 캠퍼스커플까지 이어진 셈이다.
동명대에 따르면 최근 박경진(55) 씨가 이 대학 동양문화학과에 합격해 새내기가 됐다. 앞서 2년 전 같은 대학 복지경영학과에 입학한 아내 이선영(55) 씨와 올해부터는 함께 캠퍼스를 누비게 된 것이다.
아내 이어 남편 동명대 입학
고교동창으로 만나 결혼 후
‘도시농업 ’ 함께 수료하기도
2남 2녀의 맏이로 태어난 아내 이 씨는 동생들을 뒷바라지 하느라 학업을 포기해야 했다. 맏딸의 대학 진학은 루게릭병을 앓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소원이기도 했다. 이 씨는 2020년 아버지의 소원대로 대학생이 돼 학업의 열정을 불태웠다. 꽃집을 운영하면서도 학과 학회장으로 활동했고, 몇 과목을 제외한 대부분의 수업에서 A+를 받으며 4학기 내내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 이 씨는 “대학에서 사업화에 대해 공부할 수 있어 꽃집 경영에도 도움이 됐다”며 “‘내가 변하고 있다’는 생각에 치유 받는 느낌이 들 정도로 삶 전체가 안정이 됐다”고 말했다. 올해 3학년이 된 이 씨는 대학원 진학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 씨의 도전 뒤엔 지원군인 남편 박 씨가 있었다. 차량으로 이 씨의 등하굣길을 도우며 아내의 학업을 응원했다.
2년 동안 아내의 열정을 지켜보던 박 씨도 용기를 냈다. 대학 중퇴 후 도시농업과 조경업을 일구며 숨가쁘게 살아오느라 접었던 꿈을 다시 펼치기로 한 것이다. “함께 대학에 다니면 좋겠다”는 아내의 권유도 힘이 됐다.
평소 역사 분야에 관심이 있던 박 씨는 올해 대입에서 동양문화학과에 지원해 합격의 기쁨을 누렸다. 박 씨는 “대학 선배인 아내와 함께 캠퍼스를 거닌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렌다”며 “아내를 뛰어넘어 전 과목 A+를 목표로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들 부부는 서울에서 같은 고등학교를 다니기도 했다. ‘고교동창-부부-대학동문’로 순서는 조금 다르지만 40년 동안 인연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박 씨와 이 씨는 2015년 부산시농업기술센터의 도시농업전문가양성과정을 ‘부부1호’로 함께 수료하기도 했다. 박 씨는 전국 도시농업 아이디어상품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이 씨는 2020년 제19회 대한민국압화대전 ‘보존화’ 분야에서 대상을 받는 등 생업 분야에서도 돋보이는 전문성을 보여왔다.
이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