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발 묶였는데 학점 효과도 실종… 지방대 졸업생 ‘이중고’
대학생 절반 ‘A학점’
코로나19로 지방대 학생은 취업문 앞에서 ‘이중 기회 박탈’을 경험하고 있다. 코로나19 세대의 대학생활에는 교내 활동도 친목 활동도 사라졌다. 유일한 변별력 지표인 학점은 전국적 상향 평준화로 의미가 사라졌다. 지역청년들은 차별화할 대외 활동 기회도 드물다. 취업문 앞에서 내세울 수 있는 무기가 사라진 지역청년에 대해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지방대생들의 좌절감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23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2020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에 따르면 지난해(2020년 12월 31일 기준) 코로나19 이후 부산지역 4년제 대학 졸업자 취업률은 55.8%를 기록했다. 울산(53.7%)에 이어 부산은 전국 최저 수준이다. 서울지역 대학 졸업생 취업률이 65.9%로 1위를 기록했으며 인천(64.1%)과 전남(63.3%), 충남(63%), 경기(62.6%)가 뒤를 이었다. 국내 대도시권 가운데서도 부산·울산지역 대학 졸업생 취업률이 특히 저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점 상향 평준화로 경쟁력 상실
교내 활동 거의 없어 취업 불리
부산 대졸 취업률 55.8% 그쳐
격차 고착화 막을 대책 마련 주문
코로나19로 전국적으로 취업률이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도 두드러졌다. 전국 평균 취업률은 전년 대비 약 2%포인트(P) 하락한 61%로 나타났다. 이는 2011년 이래 최저치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취업률 격차는 더 벌어졌다. 2019년~2020년 수도권 취업률이 66.6%에서 64.7%로 하락하는 동안 비수도권은 61.3%에서 58.8%로 떨어져 하락폭이 0.6%P 높았다.
특히 부산과 울산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취업률 하락폭이 가장 컸다. 서울지역 대학 졸업생 취업률이 1.3%P 줄어드는 사이 부산은 4.2%P, 울산은 4.8%P 감소했다. 코로나19라는 타격에 비수도권 지역 취업률 낙폭이 유난히 두드러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된 후에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 졸업자들의 취업·생활 격차가 고착화될 것을 우려했다. 차재권 지방분권발전연구소장은 “코로나19에 따른 청년세대의 타격은 전국 공통 현상이지만 수도권은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활동 기회가 많은 반면 비수도권 지역은 지방자치단체 등이 의도적으로 모임, 활동 행사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기회가 자연스럽게 창출되지 않는다”며 “코로나19로 이 같은 사회적 노력조차 사라지면서 지역청년들이 무기력증에 빠지기 쉬워졌다”고 말했다.
차 소장은 “학점 인플레로 변별력까지 사라진 가운데 취업시장에서는 개인 활동에 대한 비중이 더 높아지는데 교내외 활동이 막힌 지역 청년들은 불이익을 당하기 쉽다”면서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지역 청년들의 무기력증이 심화되면 적극적인 취업활동을 포기해버리는 ‘자포세대’가 늘어날 수 있다. 더욱이 이들이 취업활동을 본격화할 때 지역별 취업률 격차가 두드러지면 취업경쟁력을 위해 수도권으로 나가는 청년 유출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부산연구원 서옥순 박사는 "코로나19 이후 취업시장 환경이 더 열악해지는 만큼 지역에서도 새로운 경제 플랫폼 등 신성장 산업에 대한 교육과 취업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산학협력을 강화해 동남권 메가시티 지역 특성화 분야 일자리 확대와 그에 맞는 인재 육성을 위해 다같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은샘·김동우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