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진구, ‘조건 없는’ 통합돌봄주택 개소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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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읍 따로또같이 주택’ 준공
총 41호 규모… 5월 첫 입주

김 모(75·여·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씨는 지난해 10월 떨어져 있던 아들과 10년 만에 함께 살게 됐다.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아들이 몸이 약해져 가는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고향을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정작 함께 살 집은 사라졌다. 복지 혜택으로 노인 1인 가구 주택에 살던 김 씨가 2인 가구가 되자 거주 조건이 맞지 않게 된 것이다. 돌봄은 필요하지만, 보호자가 있으면 살 집을 잃을 상황. 김 씨는 '돌봄'과 '주택' 사이 막다른 선택지 앞에 놓여야 했다.

김 씨와 같이 사회적 돌봄서비스와 집이 함께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부산진구가 ‘조건 없는’ 통합돌봄주택을 열었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대안 가족이 확대된 시대에 맞춰 돌봄서비스 조건을 없애 '지역 돌봄'의 폭을 넓히려는 시도다.

부산진구청의 통합돌봄주택 ‘초읍 따로또같이 주택’(사진)은 지난달 27일 준공됐다. 이 집은 지하 1층, 지상 6층, 총 41인실 규모다. 지하 1층은 커뮤니티 공간, 지상 2층부터 6층은 주거시설로 이뤄졌다. 지하 1층의 커뮤니티 공간에는 돌봄 전문인력이 낮 시간 동안 상주한다. 이곳에선 주민들 간 친목 활동, 방문진료 서비스, 빨래방 운영 등이 이루어진다.

따로또같이 주택은 오는 5월 첫 입주자를 받을 예정이다. 입주자는 부산진구청이 선정한 지역사회통합돌봄 대상이다.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실질적으로 돌봄이 필요한 ‘누구나’가 대상이다. 65세 이상 노인 또는 질병, 장애 등을 가진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기존의 복지서비스가 저소득층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것에서 벗어나 초고령사회를 대비해 돌봄 대상자 폭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부산진구청은 65세 이상 대상자를 우선적으로 선정한 뒤 순차적으로 연령 구별 없이 입주자 조건을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임대료와 구체적 선정 기준 등을 논의 중이나, 무주택자라는 조건만 충족되는 돌봄 대상자라면 소득수준, 동거가족 유무, 연령과 성별 등의 제한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따로또같이 주택 시설 설계도 돌봄대상자의 편의를 고려했다. 부산진구청은 시설 설계 단계에서부터 노인 주거를 고려해 통로마다 안전대를 설치하고 모나지 않은 가구를 배치하는 등 주택 곳곳에 노인 편의를 헤아렸다. 부산진구청 희망복지과 관계자는 “노인을 배려한 공간은 전 연령에게 편안한 공간이라고 여겨 시설 설계 기준을 노인으로 맞췄다”고 말했다. 노인 중심 공간으로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고자 한 것이다.

부산진구청 초읍동주민센터 관계자는 “현장에는 돌봄대상자라 해도 보호자가 있거나 저소득층이 아니라는 이유로 주거와 돌봄 서비스 지원 밖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며 “틀에 가두기 어려운 돌봄대상자들이 늘어나다 보니 조건을 최소화한 통합돌봄주택이 반갑다”고 말했다.

경성대 김영종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돌봄은 새로운 사회적 위험으로 저소득층뿐 아니라 모든 계층에 닥친 문제로 보고 사회적 돌봄 대상자를 재규정해야 한다”며 “보편적 돌봄을 제도화하기 위해 지역사회는 ‘대리가족’과 같은 역할로 돌봄서비스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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