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단일화 결렬 수순… 윤석열-안철수 ‘네 탓’ 공방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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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결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왼쪽). 이날 안철수 후보는 전남 여수시 이순신광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연합뉴스

3·9 대선을 열흘 앞두고 최대 변수로 꼽히던 야권 후보 단일화가 사실상 무산됐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은 4자 구도에서 승자가 가려질 전망이며, ‘박빙’ 양상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혼전 양상이 막판까지 이어질 공산도 커졌다.

윤 “안 후보로부터 결렬 최종 통보 받아”
국민의당 “국힘 입맛 맞게 협상 전말 공개”
안 “국힘 제안, 고려할 가치 없어 거절”
지지층 결집 현상 양강 후보, ‘초접전 양상’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27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로부터 단일화 결렬을 최종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지금이라도 안 후보와 흉금을 터 놓고 얘기를 나누고 싶다”며 막판 담판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안 후보가 두 차례나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 데다 투표용지 인쇄시점인 28일이 지나면 단일화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는 점에서 추가 협상 동력은 소진됐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어제(26일) 최종 합의를 이뤄서 양 후보에 보고가 됐고, 회동 일정 조율만 남은 상태였다”며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 아침 9시, (안 후보 측으로부터)단일화 결렬 통보를 최종적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정권교체를 위한 단일화를 열망해 온 국민께 그간의 경과를 말씀드리는 게 도리”라며 자신이 안 후보에게 전화 통화를 시도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 후보의 ‘전권 대리인’인 장제원 의원과 안 후보 측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이 이날 새벽까지 회동을 한 사실, 안 후보 측이 완주 철회를 위한 명분을 더 제공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 등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심지어 국민의힘 선대본부는 5페이지 짜리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협상 경과’라는 문서까지 만들어 언론에 제공했다. 그에 따르면 안 후보 측 최진석 선대위원장이 지난 7일 윤 후보에게 전화해 단일화 조건을 먼저 제안했고, 그 직후 장 의원과 이 본부장이 협상 창구를 맡아 20일 동안 수시로 협상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 본부장은 이날 윤 후보의 기지회견 직후 낸 입장문에서 “어제 만남은 안 후보의 인지 하에 전권 협상대리인이 아닌 선대본부장 차원에서 윤 후보 측의 진정성, 단일화 방향과 계획을 확인하고자 한 것”이라면서 윤 후보 측을 향해 “자신들의 변명과 입맛에 맞추어 일방적으로 (협상 내용을)까발렸다. 신뢰할 수 없는 세력”이라고 비판했다.

윤 후보가 안 후보 측의 반발을 예상하고도 이날 물밑 단일화 협상 전말을 전격 공개한 것은 사실상 단일화 무산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 그동안 단일화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시선을 받아 온 윤 후보가 ‘사실은 내가 이렇게까지 노력했다’는 점을 세세하게 밝혀 협상 결렬의 책임이 안 후보에게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이를 통해 정권교체 지지층의 결집을 노린 것이라는 해석이다. 국민의힘 중앙선대본부 직능총괄본부장인 조경태 의원이 이날 <부산일보>에 밝힌 판세 분석에서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55%에 달한다”며 “(정권 교체를 희망하는)그분들은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게 될 것이다. ‘국민에 의한 단일화 현상’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안 후보는 27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기자회견과 관련, "오늘 아침 (윤 후보 측에서) 전해온 내용을 듣고 그 내용이 별반 차이가 없어서 그것에 대해서는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 다(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목포역광장 유세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답도 머릿속에 없는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을 합니까?”라며 윤 후보를 집중 비판했다.

이날 공개된 엠브레인퍼블릭·뉴스1의 대선 여론조사(25~26일, 1014명,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이, 윤 후보 지지율은 각각 40.2%, 42.4%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다. 지난 5~6일 조사 때보다 이 후보는 4.5%P, 윤 후보는 5.8%P 올라 양 지지층의 결집 현상이 눈에 띄었다. 반면 국민의당 안 후보는 1.2%P 내린 9.0%,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1.1%P 떨어진 2.8%로 나타났다.

투표일을 열흘 앞두고도 양강 후보의 초접전 양상이 지속되면서 작은 변수에도 판세가 뒤집히는 살얼음판이 막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가장 큰 변수는 윤 후보 측 바람대로 안 후보 지지층이 정권교체론에 힘을 싣기 위해 윤 후보로 결집할지 여부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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