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중에 러 설득 요청

우크라이나가 중국에 러시아가 전쟁을 중단할 수 있게 설득해달라고 요청했다.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위기 국면에서 ‘전쟁 중단’을 이끌어낸다면 중국의 입지 또한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중재자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이날 왕이(사진)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통화하면서 전쟁을 중단하도록 러시아를 설득해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보도했다.

또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쿨레바 장관은 “우크라이나에게는 전쟁을 끝내는 것이 최우선 임무이고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에 개방적 태도를 갖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중국과 소통을 강화하길 원하며 정전 실현을 위한 중국의 중재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왕 부장은 “현 상황을 최대한 완화해 충돌이 격화하거나 통제 불능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특히 민간인에 대한 피해와 인도주의적 위기를 방지해야 한다. 인도적 지원도 안전하게, 제때 투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협상을 통해 해결책을 찾길 호소하며 정치적 해결에 도움이 되는 모든 건설적 노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우크라이나 외무부 발표 내용을 인용해 왕 부장이 이날 통화에서 “중국은 외교를 통해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 발표에는 이 발언이 포함되지 않았다. 외신들은 이를 근거로 중국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서의 중재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국이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우크라이나 민간인 피해를 극도로 우려한다는 왕 부장의 발언을 전하며 “중국이 이번 물리적 충돌이 러시아가 묘사하는 ‘특별 군사작전’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전쟁이 더 이상 확대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욕을 보였다”고 해석했다.

한편, 이날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던 중국 교민 1명이 총에 맞아 부상한 것으로 알려져, 누구의 총격을 받은 것이냐에 따라 중국의 입장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영사보호센터는 2일 소셜미디어 웨이보 계정을 통해 "중국 교민 1명이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는 과정에서 총격을 당해 다쳤다는 신고를 받았다"면서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중국 매체들은 중국 교민이 군사물자를 운반하는 것으로 오인되는 바람에 허리 부위에 총격을 당했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 어느 쪽의 총격을 받은 것이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우크라이나 내에서는 중국이 사실상 러시아 편을 든다는 인식이 강해 반중 정서가 상당하다. 이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