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버렸더라도 친부모 보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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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살이 다 돼서야 자신이 입양된 사실을 확인한 부산의 한 사업가가 친부모 찾기에 나섰다. 최면 수사로 친부모의 이름을 추정하는 등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부산 중구에서 무역대행업체를 운영하는 박현미(49) 씨는 지난해 4월 고모로부터 자신이 입양됐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주인공이 친부모와 헤어졌다가 재회하는 드라마를 보면서 “주인공의 처지가 내 이야기처럼 끌려서“ 고모에게 물었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된 것이다.

부산 중구 사업가 박현미 씨
48년 만에 입양 사실 확인
DNA·최면 수사도 별무소용

고모에 따르면 박 씨는 1975년 7월 8일 부산 영도구의 한 가정집에 입양됐다. 이에 앞서 경북 포항의 한 신혼집에 입양됐다 파양됐고, 당시 포항 이웃집에 살던 박 씨의 이모가 이를 딱하게 여겨 지금의 부모에게 입양을 주선했다. 새 가족은 입양 날짜를 생일로, 태어난 해는 2년 앞선 1973년으로 출생 신고를 했다.

박 씨는 부모의 뜻에 따라 중학교를 마친 뒤 생업에 뛰어들어야 했지만 공부를 놓지 않았다. 야간 과정으로 상고와 전문대를 마치고 한국해양대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제 쉰을 앞둔 무역대행업체 대표가 됐지만 뒤늦게 알게 된 친부모에 대한 그리움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박 씨는 지난해 4월 곧바로 부산 중부경찰서를 찾았다. DNA를 등록했고, 두 차례에 걸쳐 부산경찰청 과학수사과 최면 수사 전문가의 도움도 받았다. 최면 속에서 친부모로 추정되는 인물은 모두 서울 말투를 사용했다. 박 씨는 친모의 이름을 강정옥, 강종옥, 강경옥 등으로, 친부의 이름은 신영식, 신영섭, 신영국 등으로 추정했다.

수사에 참여한 해운대경찰서 수사과 전성일 팀장은 “친부모로 추정되는 이름으로 세대주 조회를 하면 후보가 좁혀질 것 같았는데, 이후 진척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엔 박 씨의 사연이 실종아동찾기협회 유튜브 채널에 소개되기도 했지만 역시 별다른 제보는 없었다.

박 씨는 “지금 내가 내 딸에게 쏟는 사랑처럼 나도 친부모의 사랑을 받고 싶다”며 “설령 피치 못할 사정으로 나를 버렸더라도 꼭 친부모를 찾아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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