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대우조선 밀실 재매각 의혹… 조선 노동자·지역민 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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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과의 M&A(인수합병) 무산 뒤 대우조선해양의 밀실 매각을 추진한다는 의혹이 3일 제기됐다.

올 1월 EU(유럽연합)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불승인 결정 이후 대우조선 독자 생존을 위한 용역이 진행되고 있는 데다, 주요 3당 대선후보들도 대우조선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만큼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일준 경남 거제 국회의원 주장
“산은, 보유 지분 55.7% 넘겨”
“매각 대책 컨설팅 끝나기 전
기업사냥꾼 앞세워 은밀히 진행”
대선후보들도 재검토에 공감
투명한 추진 요구에 논란 가열

국민의힘 서일준(경남 거제) 의원은 이날 “산업은행이 자사가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지분 55.7%를 KDBI(KDB인베스트먼트)로 넘긴 뒤 이를 매각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대우조선 매각 실패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산업은행 자회사인 KDBI를 통해 또다시 은밀히 재매각하려는 시도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서 의원에 따르면, KDBI는 새 대표에 그간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전담해 온 산업은행 성주영 수석부행장 임명을 검토 중이다. 서 의원은 “(성 부행장이 대표에 취임할 경우)합법의 탈을 쓴 M&A 기업사냥꾼들을 앞세워 3년 전보다 더 은밀하게 특혜 매각을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매각 실패에 따른 대책을 찾기 위한 컨설팅이 끝나기도 전에 또다시 재매각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조선 노동자들과 지역민을 기만하는 처사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새 정부가 새 비전을 갖고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서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대우조선해양 회생 방안을 포함한 국내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 수립을 위한 연구 용역이 진행 중인 상태임에도 정부가 이처럼 밀어붙이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대우조선 매각과 관련, 산은과 정부에 자료를 요청해도 아무런 회신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지역민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한 채 이같이 무리하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2019년 조선 산업 경쟁력 향상을 명분으로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인수합병에 따른 대량 실업과 연관 산업 붕괴를 우려한 지역사회의 거센 반발에도 산업은행은 매각을 무리하게 추진했다. 하지만 올 1월 EU가 LNG운반선 독과점을 이유로 불승인하면서 최종 무산됐다. 이후 지역에서는 ‘대주주 산업은행 체제 국영기업화’ ‘새 주인 찾아 민영화’ 등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들도 대우조선 사태 해결에 대해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조선 발주물량이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인 데다, 지역과 상존할 수 있는 회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대우조선 매각 문제 논의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이처럼 중앙 정치권과 지역 사회 목소리를 외면한 산은의 졸속 처리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서 의원이 기획재정부와 산은으로부터 받은 공문과 수·발신 내용을 분석한 결과, 2019년 1월 30일 오후 2시 50분 산은은 대우조선 매각과 관련한 국가계약법 유권해석을 기재부에 의뢰했다.

이에 기재부는 같은 날 오후 3시 7분에 접수해 오후 6시 41분에 ‘과장 전결’로 회신했다. 유권해석 후 발송까지 3시간 34분에 불과했던 것이다. 국회에 따르면 법령 유권해석에는 일반적으로 14일가량 걸린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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