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3색 性이야기] MBTI 궁합, 믿을 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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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현 성 심리학자

“20년을 넘게 살았어도 우린 진짜 맞는 게 하나도 없어요. 결혼할 때 궁합을 봤다면 아주 상극이라고 했을 걸요?” 부부상담 중에 자주 듣게 되는 말이다. 하지만 궁합 얘기는 20년 정도는 산 부부 사이에서 나올 이야기고,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연인이나 부부관계가 아니더라도, 친구 동료의 사이까지 관계를 확장되면서 MBTI 유형을 따지는 게 유행이다.

MBTI는 심리학자 융의 성격 유형 이론에 근거해 사람의 성격을 16가지로 분류한다. MBTI의 성격 유형은 우선 4종류의 선호지표에 따라 달라진다. 에너지의 방향에 따라 외향형(E)과 내향형(I), 선호하는 인식에 따라 감각형(S)과 직관형(N), 판단 방식의 선호도에 따라 사고형(T)과 감정형(F), 선호하는 삶의 패턴에 따라 판단형(J)과 인식형(P)으로 나눈다. 이 4가지 선호지표에서 각각 2가지 경우 중 상대적으로 높은 유형을 선택하면 자신의 특징이 표현된 하나의 유형을 도출할 수 있다. 나를 잘 알고 싶고, 타인을 이해하고 싶은 요즘 사람들의 니즈에, 간단히 몇가지 질문에 대답만 하면 자신이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쉽게 알 수 있다는 점이 더해져 유행을 타고 있다.

하지만 고작 16가지 유형으로 지구의 수십 억 인구를 분류한다는 건 불가능하며 한계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상대적으로 높은 유형을 선택하는 것이지 낮은 유형의 기질 혹은 성격이 없다는 게 아니므로 어떤 유형이든 나와 일치하는 부분이 조금씩은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누구나 보편적으로 속하는 일반적인 특성을 마치 자신만 해당하는 것처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버넘효과 (Barnum effect)’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간단한 셀프 질문검사로 알게 된 자신의 성격유형을 더 신뢰하게 되고 이에 과몰입한 나머지 관계의 진전이나 꼬임마저도 MBTI 유형을 근거로 들면서 설명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사랑하는 사이, 연인 혹은 부부들은 서로 다른 MBTI를 어떻게 이해하는 게 좋을까? 다른 성격유형을 알았을 때 “이랬기 때문에 우린 안 맞아”라고 하기 전에 “우리가 이렇게 인식하는 방식 자체가 달랐구나”하며 다름을 인정하는 척도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예를 들어 급하고 서두르는 성격의 사람이 상대의 더딤과 여유로움에 대해 나를 화나게 하려는 의도일 것이라는 막연한 억측 대신 우리가 너무 달랐다고 이해하는 용도로 써보라는 것이다. 이유 없이 화날 일도 없고 이해 안 될 것도 없다. MBTI에 관심이 있어 꼭 알아보고 싶다면 ‘지피지기관계원만’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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