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은 습관, 작은 마음이라도 나누면 세상 더 따뜻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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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천사’ 박태석 전 기업은행 지점장

“나눔은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마음이라도 서로 나누다 보면 세상이 한결 따뜻해지지 않을까요.”

39년간 700명 이상의 만학도를 길러낸 부산 대표 야학 사상구 샛별야학이 최근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존폐 위기에 놓여 있다는 사실(부산일보 2021년 12월 15일 자 1면 등 보도)이 알려지자 사상구청에 선뜻 수표 500만 원을 기부한 사람이 있었다. 익명을 요구하며 사라진 그는 구청 측의 오랜 설득 끝에 직접 야학에 기부금을 전달했다. IBK기업은행 북구 덕천동 지점에서 ‘익명의 기부 천사’ 박태석(59) 전 지점장을 만났다.

사상구 샛별야학에 500만 원 쾌척
모교 대학에 기부·캄보디아 봉사도
다른 사람 잘 살 수 있도록 돕고 싶어

그는 대학생 시절 했던 아르바이트 경험 이후 나눔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소개했다. 방학을 맞아 특수학급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이 모인 교원연수에서 진행요원으로 일했고, 선생님들과 대화하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는 것이다. 박 씨는 “그분들이 헌신하는 모습을 보면서 좋은 가치를 지닌 분들이 세상에 참 많은 것을 알게 됐다”면서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마음을 먹게 된 소중한 계기였다”고 회상했다.

이후 박 씨는 1980년대 후반 군 장교로 복무하면서 2년 가까이 서울의 한 야학에서 봉사를 이어왔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대학생 취업 멘토링 등의 재능기부 활동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섰다. 또 대학생 시절 학교로부터 받은 장학금 300만 원을 갚는 차원에서 십여 년 전부터 매년 300만 원을 모교인 대구대학교에 기부하고 있다. 그의 기부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5000만 원을 넘었다. 이 밖에도 코로나19 확산 직전까지 캄보디아에 학교를 짓는 해외 봉사를 떠나는 등 가치를 나누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머릿속에 있는 지식이나 정성 같은 것은 남에게 베풀어도 내 것이 사라지지 않아 무한정으로 베풀 수 있다”면서 “지금껏 취업 멘토링을 해줬던 청년들이 대부분 성공을 거둬 매우 뿌듯하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부모를 모두 여의고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라 온 박 씨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가족이 해체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들을 도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그라민 뱅크 같은 은행을 설립하는 것을 꿈꾸게 됐다고 말했다. 그라민 뱅크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유누스가 설립한 은행이다. 가난한 이들을 대상으로 무담보로 소액 대출을 해줘 빈곤 퇴치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씨는 “20년 전 금리가 7% 정도일 당시 10억 원을 모아 이자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이자로 대출해 주는 제도를 고민했다”면서 “내가 5억 원을 모아 기부하고 나머지는 지인들에게 후원을 받는 방식으로 매년 2~3명에게 대출 지원을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금리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 더 많은 후원자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논어에 나오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살게끔 하는 것이다’라는 ‘애지욕기생(愛之欲其生)’이라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면서 “앞으로도 다른 사람이 잘 살 수 있도록 열심히 돕는 삶을 살고 싶다”고 전했다. 글·사진=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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