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만 서다 왔는데 투표했다고?” 빼앗긴 참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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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현장에서 투표하지 못하고 귀가한 코로나19 확진·격리자의 투표지 유효 처리 여부가 제각각이라 추가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투표소 현장 혼란으로 확진·격리자의 참정권이 침해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전투표 못 하고 귀가한 유권자
투표용지 발급되면 ‘기투표자’
행정 혼란으로 애먼 기권 처리

7일 부산시 선관위에 따르면 확진·격리자 사전투표에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 투표용지가 발급된 경우 당일 투표를 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기권 처리가 된다. 이들은 직접 투표를 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사전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처리돼 본투표에 참여할 수 없다.

확진·격리자의 사전투표는 신분확인 후 투표용지가 발급되면 대기 후 투표를 하는 절차를 거친다. 임시 투표소에 도착한 유권자가 신분증을 제시하면 선거사무원은 신분 확인 절차를 거쳐 일반 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대리로 발급한다. 유권자는 본인의 투표 차례가 돌아오면 그때 투표용지를 받아 임시 투표소에서 투표하게 된다.

지난 5일 확진·격리자 사전투표에서 대기시간이 길어지면서 신분 확인 절차 이후 투표를 하지 않고 귀가하는 유권자가 속속 발생했다. 확진·격리자의 사전투표 준비 시간이 길어지고, 별도의 대기 장소가 마련되지 않아 야외에서 1시간가량 대기하던 많은 유권자가 귀가를 택한 것이다.

문제는 ‘투표용지 발급 기록’이 남아 있으면 실제 투표 여부와 별개로 이들 모두 ‘기투표자’로 처리된다는 점이다. 투표소마다 투표용지 발급 방식도 달라, 줄을 선 유권자의 신분증을 한꺼번에 걷어가 신분을 확인한 투표소의 경우 해당 유권자들은 실제 투표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 기투표자가 된다. 이처럼 투표소마다 다른 투표용지 발급 방법에 따라 중도 귀가한 확진·격리자의 투표권이 결정되는 촌극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5일 연제구 연산9동 주민센터의 투표소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날 오후 5시께 A(34) 씨 부부는 투표를 위해 전날 러시아에서 귀국한 뒤 1세 아이와 함께 투표를 위해 임시 투표소를 찾았다. 선거사무원은 대기줄에 서 있는 유권자들에게 차례로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몰려든 유권자들의 신분 확인을 쉽고 빠르게 하기 위한 변칙이었다. A 씨 부부는 30분 넘게 기다렸지만 대기 줄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날이 추워지자 집으로 돌아갔다. 이후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이미 발급되었으니, 당일 투표를 하지 않으면 기권 처리가 된다’는 통보가 왔다.

A 씨는 “투표를 위해 러시아에서 급히 귀국까지 해 한참을 기다렸는데, 기권 처리로 결국 참정권이 사라졌다”며 “현장이 정비가 안 돼 귀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인데 중도 귀가자를 멋대로 기권 처리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부산시 선관위 관계자는 “기투표자로 처리된 이들에 대한 대책을 내부에서 논의하고 있다”면서도 “투표용지가 발급된 이상 투표를 한 것으로 보는 것이 원칙으로, 본투표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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