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 첫날 ‘0시 유세’ ‘첫 어퍼컷’으로 구애했지만, 지역 공약은 ‘아쉬움’
뜨거웠던 대선전이 9일 막을 내리는 가운데 공식 선거운동 기간 주요 후보의 ‘부산 레이스’는 어땠을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각각 선거운동 첫날 ‘0시 유세’와 ‘첫 어퍼컷 작렬’로 부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다만 ‘부산 공약’은 대체로 구체적인 로드맵 없이 기존 이슈를 되풀이하는 것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부산을 ‘탈탄소 대표 도시’로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후보들의 ‘부산 레이스’ 어땠나
이, 항만 찾아 경제대통령 부각
윤 “KDB산업은행 이전 약속”
심 “부산을 탈탄소 대표 도시로”
‘빅2’ 이·윤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각각 3차례 부산을 찾았다. 이 후보는 부산이 노무현·문재인 대통령 등 ‘정치 거목’을 키워 온 곳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하며 민심을 공략했다.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달 15일 0시에는 부산항 해상교통관제센터를 찾아 “부산은 제가 존경하는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다. 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서면 유세에서도 “우리의 국방비는 어떤 보수 정권보다 많이 지출했고, 이제는 수입하는 것보다 수출하는 무기 가액이 더 많아졌다”며 정권 연장의 정당성을 재차 강조했다. 또 이 후보는 부산항 일대를 자주 찾는 ‘항만 행보’로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각인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윤 후보는 ‘현 정권 때리기’에 줄곧 집중하며 보수세가 상대적으로 강한 부산 표심에 호소했다. 윤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 서면 유세에서 “가만 놔둬도 정상적으로 시장에 의해 돌아가는 이 주택 가격을 이렇게 천정부지로 끌어올려서 젊은이들이 대출에 대출을 끌어 모아도 집을 사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날 윤 후보는 처음으로 어퍼컷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퍼포먼스 대결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선거를 하루 앞둔 8일에는 부산 온천천을 찾아 “지난 5년간 민주당 정권의 일당독재 행태를 보면 이건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산 공약 대결은 다소 김이 빠진 모습이다. 부울경 메가시티, 2030부산세계박람회 등 굵직한 지역 이슈를 빼면 윤 후보의 ‘KDB산업은행 이전’ 심 후보의 ‘녹색 전환 특구 지정’ 정도만 눈에 띄었다. 심 후보는 지난달 26일 해운대를 찾아 “부산을 녹색 전환 특구로 지정해 주력산업의 탈탄소 전환을 빠른 속도로 지원할 것”이라면서 “또 부산 거점대학에 탈탄소 전환 R&D 투자를 집중해 이론과 기술을 갖춘 사람이 부산의 녹색 전환을 주도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부산에서의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윤 후보는 지난 4일 사하구 유세에서 “부산은 걸어가거나 기어간다”고 말해 민주당 부산선대위가 비하성 발언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날 유세에서 윤 후보도 지난해 11월 이재명 후보의 ‘부산은 재미없잖아’ 발언을 겨냥해 “부산이 얼마나 재미있고 멋진 곳인가. 이런 배은망덕한 정권 한 번 더 구경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