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 하구 복원을 통한 기후위기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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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철 원광대 교수 한국 강살리기네트워크 정책위원장

지난 2월 9일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 산하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가 ‘낙동강 하구 기수 생태계 복원 방안’을 의결했다. 낙동강 하구 기수역의 생태계 복원과 자연성 회복의 길이 열린 것이다. 18일에는 35년 만의 낙동강 하굿둑 상시 개방을 기념하는 보고회가 열렸다. ‘예전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다시 보여 주는 모범적인 복원 사례가 될 것이며, 기후위기 시대, 자연의 방파제이자 뛰어난 탄소흡수원으로 더욱 주목받으며, 생물다양성의 측면에서도 세계적인 관심사다’라는 대통령의 축사 속에서도 하굿둑 수문개방의 상징성과 기수역생태계 복원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이번에, 낙동강 본류 10개 수문 중 1개의 연중 상시 개방으로 하굿둑 상류 15km 이내에서 강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기수역으로 되돌리려는 것은 지난 수년간 지역사회에서 제기해온 물 문제이자 대통령 국정과제 해결의 첫걸음을 뗀 셈이다.

비록 완전한 개방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우리는 여기서 강 하구 개방에 대한 의미를 곰곰이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닫힌 하구를 여는 목적은 하구 본래의 생태계로 되돌려 자연과 인간의 건강한 공존 세상을 만들기 위함이다. 하구 개방을 통해 수질이 개선되고 기수역 생태계가 되살아나며, 담수와 바닷물이 섞여 하구순환을 이루어 원래의 생태계로 되돌아갈 수 있다. 낙동강 하구의 장어가 되돌아오고 꼬시래기와 제첩이 살아 숨쉬는 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에 수십 년을 기다려온 사람들의 가슴이 뛴다. 시온섬과 을숙도 갯내음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 물길을 아는 조수(鳥獸)와 그 곳을 아는 사람들은 열린 하구의 ‘장소성 복원’을 기대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하구의 생태계 복원은 지역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으며, 하굿둑 개방 이후 그동안 상대적으로 제약받아온 지역사회에 무엇을 돌려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중앙·지방정부와 전문가들은 낙동강 하구 생태복원을 통해 생태관광을 활성화하고 복원의 성과를 지역사회와 공유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지극히 당연한 공론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속가능한 국토환경과 미래세대를 위해 기후위기 시대의 요구를 수렴하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산업화, 도시화를 위해, 강 하구의 기수역 수변에서 70~80년대 국가 공동체 발전에 기여해 온 기존 산업의 구조를 과감하게 개선할 수 있는, 기후위기시대 산업대전환의 기회를 살려야 한다.

경제발전의 대가로 역동성의 푸른 물길을 어두운 빛으로 바꾸게 했었던 강 하구변 굴뚝 공장들은 이제 산업대전환 속에 첨단 그린산업, 디지털산업으로 탈바꿈되어야 한다. 재생에너지에 의해 전기가 공급되고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산업으로 전환해야 하고, 생태계가 되살아나는 강 하구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재탄생되어야 한다. 딱딱한 산업도로 대신 강변의 수림대가 되살아나고, 통제되던 기수역 연안에서 예전의 갈대숲이 복원되어야 한다. 강 하구의 생물다양성이 증진되어 기후위기 적응에 탄력성을 갖는 건강한 하구의 모습으로 진화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그 속에서 많은 녹색 일자리를 생성시켜야 하며, 강과 연안의 생태계가 주는 혜택을 지역사회에서 공유하는 방식의 지역균형발전을 이루어가야 한다. 세계적인 친환경 하구관리를 실현하고 하구복원의 가치를 지역사회 발전으로 연계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2050년 기후선진국의 강 하구 비전이자 우리가 진정 꿈꿔왔던 하구복원의 희망이며 미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당연히 비용이 수반될 것이고, 복잡한 의사결정과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노력들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러한 국가하구의 문제를 차기정부 물 개혁 의제에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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