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금지”… 미, 결국 극약 처방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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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의 기차역 앞이 폴란드행 기차를 타려는 피란민으로 가득하다(왼쪽). 이날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금지 조처를 발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로이터·AP연합뉴스

미국이 ‘극약처방’으로 분류됐던 ‘러시아 에너지 금수 카드’를 꺼내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한 압박이 극대화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조치에 대해 “경제전쟁을 선포한 것”이라고 반응했다. 한국 경제에도 물가상승 압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처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초강력 제재로 푸틴 압박 극대화
원유부터 가스·석탄까지 포함
러 전쟁자금·외화조달 큰 타격
러시아 “미국이 경제전쟁 선포”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을 통해 “우리는 푸틴의 전쟁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일원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의 전쟁 자금 확보 능력에 “또다른 강력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푸틴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살인의 길을 계속 가기로 결심한 것 같다”며 “우크라이나는 결코 푸틴의 승리가 될 수 없다. 푸틴이 한 도시를 점령할 수 있지만 나라 전체를 결코 장악할 순 없다”고 말했다. 수입 금지 대상에는 러시아산 원유는 물론 가스, 석탄까지 포함된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또 외국 기업이 러시아에서 에너지 생산을 위해 투자하는 데 있어 미국인이 자금을 대는 것도 금지된다.

러시아의 수출에서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 러시아 에너지 수입 중단은 러시아의 외화 조달 수단에 치명적 타격을 가할 조처로 인식돼 왔다. AP통신은 원유와 가스로 인한 수입이 러시아 정부 수입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조처는 유럽연합 등 동맹과 보조를 맞춰온 기존 제재와 달리 미국이 독자적으로 취한 것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과 긴밀한 협의를 거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동맹 국가들이 이에 동참할지 여부는 각국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경제 제재처럼 동참을 압박할 의도는 없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미국의 수입 원유 중 러시아산 비중은 약 3%이고, 석유제품까지 포함할 경우 8%가량이다. 미국이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가스는 없다. 반면 가스의 90%, 석유제품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유럽의 경우 가스 40%, 원유 25%가량을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어 유럽은 ‘에너지 제재 동참’에 난색을 표해왔다.

미국의 제재에 대해 9일 러시아 크렘린궁은 “미국이 러시아에 경제전쟁을 선포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러시아는 현재 '국가부도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8일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는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C단계로 6단계 강등했다. 피치는 "C등급은 국가부도가 임박했다는 우리의 시각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조치로 인해 미국을 둘러싼 역학관계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적대 관계에 있던 미국과 베네수엘라가 급격히 가까워지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기로 하면서 석유 공급 안정을 위해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에 대한 제재 완화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부쩍 돈독해진 러시아와 베네수엘라의 관계에 균열을 내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몇 주간 베네수엘라에서 사업 중인 미국 인사들이 배후에서 마두로 정권과 원유 거래를 재개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고 8일 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 정권의 ‘돈줄’인 석유산업에 제재를 가하는 등 마두로 정권을 압박해왔다. 이 같은 ‘훈풍 조짐’을 보여주듯, 베네수엘라 정부도 이날 자국에 수감된 미국인 2명을 석방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익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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