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봉착 ‘세계 자본주의’… 한국이 새 모델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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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세계/서동은 외

탁월한 역사학자 미야지마 히로시는 “서구에서 발원한 근대문명은 근본적 전환점을 맞고 있는 듯하다”고 했다. 한국의 역할은 뭔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의 교양 인문서 시리즈인 ‘우리가 사는 세계’는 그런 문제의식을 품고 있다. 5권 중 먼저 3권이 출간됐는데 이 그것이다. 이 이어서 출간된다. 이 시리즈의 핵심 메시지는 ‘한국이 세계 민주주의의 새 지평을 열 수 있다’는 거다. 서구가 창안하고 발전시킨 근대 문명의 핵심적 성과를 우리 눈으로 제대로 꿰고 새 전망을 갖자는 거다.

먼저 두 가지 생각이 든다. 하나는 대학에서 이런 강의를 하면서 책으로 묶어낸다는 것의 의미가 작지 않은데 아쉬움 속에서 지역대학의 역할과 위상을 곱씹어봐야 한다는 거다. 둘은 식민지와 제국주의 경험을 혹독하게 치른 동아시아의 한국이 문명 전환에 대한 거시적 안목으로 세계사적 국면을 돌파해나가야 한다는 거다.

서구 계몽주의, 놀라운 성과 이뤄냈지만
제국주의·빈부격차·팬데믹 부작용 기승
한국 촛불혁명 경험은 새 지평 열 동력
곡절 많은 한국 민주주의 자부심 가져야

(서동은 지음)는 17~18세기 서구의 계몽은 무엇이며, 그 한계는 무엇인가를 살피며 새 전망을 읽어낸다. 계몽의 빛, 계몽의 그늘, 새로운 문명이 그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계몽의 핵심은 과학이고, 수학이다. ‘말씀의 종교’(신학)에서 ‘수학의 종교’(과학)로 바뀌면서 결국 자유와 평등을 추구한 영국 프랑스 미국의 시민혁명을 성취해냈다는 거다. 그것은 놀라운 혁명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서양의 경계를 넘어 동양과 아프리카 등지로 넘어오면서 제국주의가 등장했고 빈부격차, 나아가 환경오염과 기후 위기, 팬데믹 위기를 초래하는 데까지 이르렀다는 거다. 근대 계몽은 이성 합리성에 근거한 것처럼 보였으나 결국 그 핵심은 수학, 양적인 사고의 그늘을 숨기고 있다는 거다. 인간 삶의 질적 가치를 도외시하고 양적 가치에 집착하는 현대 세계의 폐단은 놀랍고 찬란한 근대 계몽의 짙은 그림자다. 제1의 근대성을 넘어서는 제2의 근대성이 요구된다는 거다. 건강 안전 존중 개성 우정 여가, 그리고 자연과의 조화를 되찾아야 한다. 칸트는 이성을 사용해서 감히 알려고 해야 함을 강조했다고 한다. 공적 이성에 근거한 세계시민의 연대가 지금 필요하다는 거다. 저자는 “세계민주주의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공적 이성에 근거한 현재 진행의 계몽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기라 지음)는 ‘근대국가의 발명’ ‘혁명의 시대’ ‘근대 정치의 딜레마’, 3개 부로 이뤄져 있다. 서양에서 근대국가는 전쟁에 의해 탄생했다고 한다. 정치집단이 14세기 1000개에서 16세기 500개, 17세기 중반에는 10여 개로 재편되면서 근대국가가 만들어졌다는 거다. 근대국가는 절대주의를 거쳐 시민혁명, 민주공화정, 사회주의 실험 등에 이르렀으나 딜레마에 봉착한다. 제국주의는 온 지구를 찢었다. 당시 인류의 양심은 덜 여물었다. 존 슈튜어트 밀과 빅토르 위고조차 자국의 제국주의를 편향적으로 편들었다. 심지어 의 작가 키플링은 “반은 악마, 반은 어린애인 다른 인종을 문명화할 책무가 백인에게 있다”고 했다.

그게 끝이 아니다. 파시즘과 나치즘이 인류를 강타했고, 그리고 1970년대 세계 경제위기 이후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는 새로운 탐욕으로 여전히 발호하고 있고, 21세기 들어 트럼프 현상과 브렉시트에서 보는 극우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거다.

저자는 “한국의 촛불 혁명 경험은 세계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건”이라며 “한국인의 독특한 시민성은 서구에서 한계에 부딪힌 근대 민주주의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지 모른다”고 말한다. 말 많고 탈 많은 한국 민주주의의 세계사적 현주소는 그런 전망까지 점칠 정도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거다.

(고봉준 지음)은 자본주의 역사를 개괄하면서 그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자본주의 본질은 ‘부’와 ‘잉여가치’의 창조다. 산업혁명 이후 20세기 들어 위기와 성장을 반복한 자본주의는 또 다른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현재 자본주의는 모두를 위한 불평등과 고용 없는 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한국 경제의 내일을 열어가는 개혁이 세계 자본주의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우리가 사는 세계’의 핵심적 메시지는 한국이 세계사 첨단의 문제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사가 세계사이고, 한국이 세계’라는 거다. 근대를 따라잡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서구의 근대를 극복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서동은 등 지음/소소의책/248쪽 등/각권 1만 6000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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