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희와 함께 읽는 우리 시대 문화풍경] 우리는 모두 킹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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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대학원 예술·문화와 영상매체협동과정 강사

변성현 감독의 <킹메이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정치 드라마다. 대선 국면에 개봉해 화제가 되었다. 서창대는 김운범이 꿈꾸는 새로운 세상을 함께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하려면 선거에서 이겨야 했다. 목적이 정의로우니 수단은 비열해도 정당하다고 여겼다. 서창대의 정치적 이상이나 그림자로서 자신의 존재를 아파하는 인간적 면모에는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그러나 교활하고 야비한 수단, 그 결과 갈등과 반목으로 점철된 현대 정치사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넷플릭스의 <킹메이커 로저 스톤>은 다큐멘터리다. 대통령 트럼프를 ‘창조’한 인물이라 불리는 로저 스톤이 주인공이다. 그에게는 선거의 승리 그 자체가 목적이다. 이기기 위해 못할 짓이란 없다. 거짓과 모략, 기만과 흑색선전을 서슴지 않는다. 끊임없이 증오심과 혐오를 부추기는 모습에서 정치를 넘어 인간에 대한 환멸이 느껴진다.

엊그제 제20대 대통령이 선출됐다. 권위주의 체제의 해체와 민주주의의 제도화를 이끈 87년 체제 이후 8번째 대통령이다. 이 기간 대통령이 옥살이를 하거나 그 가족이 감옥에 가는 일도 적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이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에 거는 기대는 엄청나다. 자유와 복지, 사회통합과 지역 균형발전, 평화와 통일, 문화 창달, 환경문제와 미래 먹거리까지 감당해야 하는 자리가 대통령이다. 심지어 상대 정파에 철퇴를 가하거나 덕으로써 천재지변을 막아줄 것을 바라는 중세적 인식까지도 엿보인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대통령은 국민의 열망과 시대정신에 따라 국정지표를 세우고, 국민이 맡긴 권한을 현명하게 사용하여 이를 실현해 나가는 이다. 경륜과 균형감각, 강한 리더십과 추진력은 대통령의 으뜸 자질이다. 하지만, 갈등과 분열로 점철된 이번 선거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듯이 이를 근원적으로 치유하는 공감과 소통 능력이 더없이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국민이 깨어있어야 한다. 사회 전체의 이익과 미래를 위해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 인식하고, 이를 위해 국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을 선출하는 이도, 좋은 대통령을 만드는 이도 결국 깨어있는 국민이기 때문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대통령선거가 끝났다. 비열한 협잡꾼이든 뛰어난 전략가든 앞으로도 수많은 서창대와 로저 스톤이 혐오와 증오를 자극하며 대중을 선동할 것이다. 깨어있지 않으면 영원히 농락당할 수밖에 없다. 지역과 세대, 이념과 성별의 갈등을 부추기는 분열의 정치가 계속된다면,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 아이들이 살 만한 미래는 결코 오지 않는다. 이제 우리 모두가 정치적 주체이자 킹메이커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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