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시련 이겨내고 이제야 이웃 돌아볼 수 있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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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창선 양지건설 회장

“2년 전 칠순을 맞아 출판기념회와 국악 초청공연을 열어 지인들에게 책도 주고 음반도 주려고 했는데, 코로나19 장기화로 무산됐습니다. 작년에도 출판기념회와 국악공연을 열지 못했고 그 비용에 돈을 보태 이웃을 위한 나눔에 동참하게 됐습니다.”

원창선 (주)양지건설 회장이 지난달 부산사랑의열매에 아너 소사이어티 249번째 회원으로 가입한 이유를 전했다.

원 회장은 ‘꿈꾸는 자만이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신념과 ‘십 년 후의 나의 위치를 생각한다’라는 좌우명을 바탕으로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려왔다. 칠순을 맞아서야 잠시 삶의 쉼표를 찍으며, 자서전 과 경기소리 전수자인 자신이 녹음한 국악 음반 ‘고통과 마주하다’를 냈다.

지난달 부산 ‘아너 소사이어티’ 동참
칠순 출판기념회·공연 비용 보태 기부
“모교와 예술인 지원 장학회 만들 것”

2009년 부산수영문화원을 창립한 그는 문화원에 개설된 수업을 들으며 경기민요에 입문했다. 그 뒤 경기소리 문화재 이춘희 선생을 사사한 그는 현재 동의대 평생교육원에서 국악을 전공(4학년)하고 있다. 원 회장은 “국악은 치열한 삶의 전장에서 잠시 한숨을 돌리게 하고 힐링을 전해주는 마법 같은 묘약”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유년 시절을 희망이라곤 보이지 않았던 시기라고 했다. 경남 거제시 동부면 산양리 가난한 집안의 6남매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나 늘 배고픔을 겪으며 살았다. 가난으로 10세가 되어서야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거제제일중 동부분교를 거쳐 국립부산한독직업학교(현 국립부산기계공고)에 국비 장학생으로 합격했다. 학창 시절 어린 동생들을 돌보기 위해 아이스케이크 장사, 연탄가게 경비를 하거나 중국음식점, 빵 공장 등에서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1972년 고교를 졸업한 뒤 모교에서 용접공학 교사로 지니다가 1974년 말 금성사에 취직했어요.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국립부산공업전문대(부경대 전신), 동아대, 동아대 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대학에서 건축토목계열을 전공한 그는 1984년 부산에서 (주)양지건설을 창업하며 도로와 골프장 건설 공사 등에 참여했다. 자수성가한 기업인인 그는 현재 경남 통영시 욕지면 두미도에서 대규모 연수원을 운영하고 경남 거창군에서 7만여 평 임야와 농지로 이뤄진 양지생태촌을 경영한다. 부산 해운대 달맞이언덕에서 관광호텔과 기장군 일광면에서 종합 골프타운도 운영 중이다.

“학창 시절 어렵게 공부했고, 사업하면서도 많은 부침이 있었습니다. 삶의 시련을 극복하고 이제야 어려운 이웃들을 돌아볼 수 있어 행복합니다.”

원 회장은 “꿀이 많을수록 벌이 많이 모이듯 정이 많을수록 사람도 많이 모인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봉사하거나 기부한 것을 널리 알리지 않고 묵묵히 많은 나눔을 실천해 온 기업가다.

8년 전 거제시 동부면 부춘리에 조계종이 운영하는 중증 장애인 시설공사를 하고 3억 원을 기부했으며, 비슷한 시기 양산 배내골 인근에 있는 천주교 부산교구가 운영하는 영성의집 공사를 하고 1억 원을 기부했다. 또 2005년부터 7년간 수영구 민락동 사옥 공간 일부를 임대료를 받지 않고 ‘아름다운 가게’에 무상으로 기부하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의 나눔 계획도 밝혔다. “국립부산기계공고 6, 7대 총동창회장을 맡아 동창회 사무국도 만들고 기금을 조성하면서 활성화했습니다. 모교에 저의 이름을 딴 장학회를 설립해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입니다.”

경기소리 전수자인 그는 “열악한 예술가들을 위한 쉼터를 건립하고 예술인을 지원하는 장학회를 만들어 도울 생각”이라고 했다.

원 회장은 부인 노정옥 씨를 만난 것이 인생의 대전환점이 됐다고 했다. 원 회장이 다녔던 중학교 수학 선생님의 딸이었던 노 씨는 당시 원 회장에게 상급학교 진학을 종용했다. 그 결과 원 회장은 국립부산한독직업학교에 입학해 인생의 항로를 바꾸게 됐다. 행정학 박사인 노 씨는 대학 강사로 재직하다가 은퇴했으며, 수필가로 등단해 문학관을 운영하고 있다. 원 회장은 “전혀 희망이 보이지 않았던 나를 늘 격려해 주고 희생을 감수해 준 아내가 정말 고맙다”고 했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사진=정대현 기자 j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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