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우주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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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침공으로 최근 우크라이나의 통신 인프라가 붕괴했다. 그런데도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의 피해 상황이라든지 러시아군의 진격 정보 등이 전 세계에 알려지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외부 세계와 소통하는 든든한 우군으로서 인터넷은 여전히 건재했던 것이다. 대체 어찌 된 일일까. 인공위성 인터넷 서비스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페도로프 부총리의 요청에 부응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우크라이나 상공에 위성을 배치한 게 2월 말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우주인터넷 분야가 주목받는다. 지상의 인터넷망이 손상되거나 파괴되더라도 지구 상공에 띄운 수많은 위성을 연결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지형이나 기후,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성에다 전송 속도도 지상보다 200배 이상 빠른 초고속이 특징이다. 보안이 철저해 해킹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이점도 있다. 지금 전 세계 우주개발 기업들이 우주인터넷 사업에 속속 뛰어드는 이유다. 산악·밀림 지대, 사막과 극지대를 비롯한 지구상의 인터넷 오지가 사라질 날도 머지않았다.

이 꿈을 먼저 열어젖힌 건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인터넷 기업이었다. 대형 드론이나 풍선 따위를 띄운다는 계획은 그러나 기술적 한계에 봉착했다. 이제는 소형 위성을 이용하는 게 대세다. 만들고 쏘아 올리는 비용이 크게 줄어들었다. 지금 우주인터넷 분야의 선두주자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구축한 ‘스타링크’ 서비스다. 2019년부터 1000개가 넘는 위성을 발사했는데, 앞으로 1만 2000개 이상의 위성을 띄워 전 세계에 서비스한다는 야심이다. 여기에 미국 보잉사와 애플사, 영국·캐나다의 유수의 인터넷 기업들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중국과 유럽연합도 우주인터넷 구축 계획을 밝힌 상태다.

러시아가 침공한 우크라이나는 인도주의적 참사가 일어난 물리적 전쟁터였다. 하지만 IT 분야에서는 각국의 치열한 사이버 전장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은 지상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망을 자랑한다. 우주인터넷 분야에선 아직 원천기술 연구 단계다. 8월 발사되는 한국형 달 궤도선에 통신 기술을 점검할 검증기를 장착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부 계획은 2031년까지 초소형 통신위성 14대를 발사해 저궤도 시범망을 구축하는 것. 다가오는 미래는 초고속·저지연의 6G(6세대 이동통신) 시대다. 향후 IT 강국으로서의 면모는 우주인터넷 구축에 달려 있다.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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