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 충격에? 청와대 정무 기능 ‘이상 신호’
안희정 부친상 근조화환 등 비판 잇따라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마무리되면서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 주변의 정무 기능에 이상이 감지된다.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서, 그것도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서 청와대가 받은 충격을 감안하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문 대통령이 부친상을 당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게 근조화환을 보낸 데 대해 여당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NS를 통해 “섬세하지 못했고 피해자의 상황에 대해 무감각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직함 등의 근조화환은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포위망을 더 강화하는 효과를 낳는다”며 “신중했어야 한다. 개인 자격으로 또는 비공개로 위로할 방법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과 안 전 지사의 오랜 관계를 감안하더라도,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은 무감각한 태도이며 이런 문제가 대선 패배의 요인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적절하지 못한 행위라는 것이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분위기 파악을 그렇게도 못하느냐”면서 “대통령이 이런 사안 때문에 구설에 오르지 않도록 잘 보좌하는 것이 청와대 참모진의 역할인데,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앞서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0일 대선 결과와 관련한 문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를 읽던 도중 눈물을 흘려 브리핑이 잠시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박 대변인은 “당선된 분과 그 지지자께 축하 인사를 드리고, 낙선한 분과 그 지지자들께…”라고 말한 뒤 감정이 격해진 듯 뒷부분을 더 읽지 못하고 울먹였다.
정치권에서는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선거결과에 대한 청와대의 내부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초당적인 위치에서 국정을 챙겨야 하는 대통령의 ‘입’이 마치 낙선자의 감정이 반영된 듯한 브리핑을 함으로써 문 대통령의 ‘선거 중립’ 의지에 흠집을 남겼다는 지적이 일었다.
박석호 기자 psh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