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심장 판막증, 가슴 열지 않고 시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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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병원 대동맥판막 협착증 타비(TAVI) 시술팀 인터뷰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심장판막이 딱딱해지면서 혈액순환이 잘 안되는 질환이다. 심장에서 나가는 문이 막힘으로써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중증 단계에서 2년동안 치료하지 않으면 환자 절반 정도가 사망하는 치명적인 병이다.

과거에는 주로 수술을 통해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치료했지만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 타비)이 개발된 후 최근에는 간단한 시술로도 해결이 가능해졌다. 가슴을 열지 않고 사타구니 근처 대퇴동맥을 통해 카테터를 넣어 기존 판막 위에 인공판막을 삽입하면 된다. 부산대병원 순환기내과 타비 시술팀(이한철 최정현 오준혁 교수)으로부터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치료법과 보험급여 확대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판막에 칼슘 쌓이는 퇴행성 질환
고혈압·흡연 등이 발병 위험 인자
호흡 곤란·흉통·실신 등 증상 유발
약물 치료 효과 없어 시술이 최선
중증 대상 보험급여 확대 논의 중”

-대동맥판맥 협착증이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한 질환인데, 쉽게 설명해서 어떤 질환인가.

“나이가 들면 흰머리가 생기고 주름이 생기는 것처럼 노화로 심장판막에 고장이 생긴 것이다. 심장과 대동맥을 잇는 문이 대동맥판막인데 문이 제대로 열리지 않아 혈액순환이 안되는 질환이다. 고령층에서 발병률이 높다. 전체 인구에서 유병률은 1.8% 정도인데 80대 이상에서는 10%가 넘는다. 나이가 들면서 판막에 칼슘이 쌓이는 퇴행성 원인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그외에 고혈압, 흡연 등도 위험인자다.”(이한철 교수)

-고령의 환자가 많아 치명률이 높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대표적인 증상은 어떤 것이 있나.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거나 경직되면서 호흡곤란, 흉통, 실신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건강검진이나 다른 이유로 진료를 받다가 청진과정에서 우연히 심장에서 이상소견을 발견하기도 한다. 증상만으로 병원에 내원했을 때는 이미 상태가 많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가장 심한 4단계에 해당되는 환자도 증상이 없을 수 있다.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를 6개월 이상 추적관찰한 데이터에 의하면 치료받지 않은 그룹의 사망률은 20% 이상, 시술 또는 수술받은 그룹의 사망률은 4%였다. 때문에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중증 단계가 되면 반드시 시술 또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최정현 교수)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지나. 초기에 약물치료도 가능하나.

“안타깝게도 약물 치료는 효과가 없다. 흰 머리나 주름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치료제가 없는 것과 같다. 다만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질환이 있으면 조금 더 빨리 발생할 수는 있기 때문에 그런 질환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경우 수술이나 시술을 받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의 치료법이다.”(최정현 교수)

-수술을 할 것인지, 타비 시술을 할 것인지 결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수술은 가슴을 절개하고 심장을 세워 놓은 상태에서 진행한다. 고령이거나 동반질환이 있으면 수술이 어려워 타비 시술을 고려하게 된다. 시술을 한다면 환자가 해부학적으로 적합한지, 수술을 한다면 위험도와 합병증 위험은 없는지 다각적으로 따져봐야 한다.”(오준혁 교수)

-타비 시술을 어떻게 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사타구니의 대퇴동맥으로 기구를 넣어 협착이 발생한 판막까지 이동시킨다. 그런 다음에 인공판막을 정확한 위치에 삽입해야 한다. 기구가 자체적으로 쭉 펼쳐지는 타입도 있고, 풍선처럼 벌어지면서 판막을 삽입하는 타입도 있다. 수술은 기존 판막을 제거하고 새로운 판막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흔하다. 반면 타비 시술은 기존 판막 위에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방식이다.”(오준혁 교수)

-타비 시술이 수술에 비해 어떤 장점이 있나.

“수술은 가슴을 절개하고 심장을 멈춘 상태에서 진행한다. 약 20~60분 정도 심장을 멈추게 되는데, 심장을 다시 뛰게 할 때 간혹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또 수술시 폐를 뚫고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특히 노인 환자들이 회복기에 폐렴이 발생해 입원 기간이 길어지기도 한다. 반면 타비는 마취부터 시술까지 1시간 정도 소요되고 중환자실 입원도 하루 이틀 정도로 짧다.”(최정현 교수)

-미국심장학회에서 80세 이상 고령환자는 타비를 권고하고 있고, 유럽심장학회도 75세 이상 중증환자에게 타비를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추세로 나아갈 것으로 보는가.

“수술과 타비 시술의 예후가 대등하다는 8년간의 누적 데이터가 나와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고 있다. 시간이 적게 걸리고 가슴을 열지 않는 시술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져 나이 제한을 점차 낮추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가 될 것이다. 하지만 나이 외에 환자의 체구와 대퇴동맥 크기, 석회화 정도 등도 고려해야 한다. 아시아계 여성은 혈관이 작아 타비가 잘 안되는 경우도 있다.”(이한철, 오준혁 교수)

-타비 시술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시술비가 3000만 원 정도로 환자들에게 부담이 큰데.

“타비 시술이 국내에 도입된 직후 건강보험 급여 혜택이 없어 환자가 3000만 원 정도를 부담해야 했다. 현재는 보험에서 20% 정도 혜택을 주고 있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비용이다. 하지만 올해 중으로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보험 헤택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최정현 교수)

-시술팀의 심장통합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환자의 해부학적 특징, 심장이나 혈관의 상태 등을 종합해서 최상의 치료법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흉부외과, 순환기내과, 영상의학과, 마취과 등의 전문의들이 모여 심장통합치료를 진행한다. 임상결과를 꾸준히 축적시켜서 타비 거점기관으로 역할을 담당할 계획이다.”(이한철 교수)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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