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포켓몬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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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였나 보다. 가족 단톡방에 20대 큰아이가 뜬금없이 톡을 올렸다. “나도 포켓몬 빵 먹고 싶다!” 처음엔 이 말뜻을 알아차리지 못해 “사 먹으면 되지. 뭐가 문제지?”라고 물었다. 그러자 작은아이가 설명해 준다. “요새, 이 빵 우리 세대한테 엄청 인기야. 다들 포켓몬스터 ‘띠부띠부씰(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스티커)’ 모은다고. ㅋㅋㅋ” 아닌 게 아니라 포켓몬 빵 이상 품귀 현상이 나타나면서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편의점 오픈런(매장 문을 열자마자 구매하는 것)’ 현상이 생기는가 하면 희귀 스티커는 당근마켓 같은 데서 수십 배의 웃돈을 주고 거래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포켓몬이 뭐길래 이 난리란 말인가. 실제 포켓몬 빵 7종을 16년 만에 재출시한 SPC삼립 주가는 52주 신고가를 연일 갈아 치우고 있다. 포켓몬 빵 하나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SPC삼립 주가를 끌어올린 계기는 됐을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오죽하면 우크라이나 전쟁 악재로 대형주마저 맥을 못 추는 와중에도 SPC삼립만 올라 ‘전쟁도 이긴 포켓몬’이란 우스갯소리까지 나오지 않는가. 솔직히 포켓몬 띠부띠부씰을 돈으로 그냥 살 수 있게 했어도 이만큼의 인기가 있을까. 어떤 캐릭터 스티커가 나올지 모르는 ‘랜덤’ 형식이었기에 가능한 인기는 아니었을까.

소비자 입장에선 남들이 하니까, SNS에 올리기에 좋아서 덩달아 상품을 구입하는 ‘밴드 왜건 효과’일 수 있다. 기업은 뻔한 상술이라는 지적에도 꽤 괜찮은 마케팅을 펼친 듯하다. 이 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띠부띠부씰만 하더라도 과거 151개에서 159개로 늘어나 온전한 세트를 모으기엔 더 힘들어졌다. 빵 하나를 팔면서도 다분히 게임적 요소를 보탰다. 게다가 MZ세대의 ‘리셀’ 열풍도 한몫했을 것이다. 1500원짜리 빵 하나에 들어 있는 스티커를 최대 4만~5만 원으로 되팔 수 있으니 말이다.

한편으론 애잔한 마음도 든다. 자본에 치인 현대인들이 소소한 소비 하나로 위로받는 현실 탓이다. 독일 사상가 발터 베냐민이 19세기 파리의 ‘아케이드(파사주)’가 사랑받은 까닭을 설명하면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한마디로 그것은 따뜻한 가정에 대한 소망이자 추억 때문이었다.” 당시 프롤레타리아 노동자들은 고된 노동과 궁핍한 생활에도 파사주 거리를 오가며 특히 제과점 창문 너머 진열된 과자를 보며 행복한 가정을 꿈꾸었다고 한다. 그저 여분이라고 생각했던 ‘과자의 위로’가 달콤씁쓸하다. 김은영 논설위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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