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균형발전, 이제 '윤석열 어젠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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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사회부 행정팀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다른 국가적 과제들을 제치고 균형발전부터 제시하고 나선 점을 높이 평가한다. 역대 어느 정부가 출범 전부터 이렇게 ‘지역’을 국가의 중심에 둔 적이 있었던가. 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전격적으로 ‘지역균형발전 특위’ 설치를 결정하면서 균형발전은 단박에 ‘윤석열의 어젠다’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으로 치부돼 온 균형발전은 이제 진영을 넘어선 문제가 됐다.

윤 당선인의 균형발전 의지 천명은 비수도권 전체에 큰 기대감을 불어넣고 있다. 그 대열에는 부산·울산·경남은 말할 것도 없고 대구·경북, 충청, 강원 그리고 윤 당선인 지지세가 약했던 전라 지역까지 가세해 환영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 당선인이 옳은 결정을 내렸다는 명확한 증거다.

출범 전 최우선 과제 선정 ‘높이 평가’
비수도권 전체 환영, ‘옳은 결정’ 방증
인수위 단계 제대로 된 밑그림 기대
단체장들 지역 이해 넘은 조력자 돼야

지방선거를 겨냥한 결정이라는 지적도 있다지만 그런 시선 자체가 편협하기 그지없다. 물론 지방선거 유불리를 따진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윤 당선인을 비롯한 차기 정부가 균형발전 문제를 선거용으로만 ‘소비’한다면 그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환영 목소리를 내던 비수도권 전체가 일거에 적으로 돌변할 것이라고 감히 예상한다.

대내외적 환경을 살펴봐도 윤 당선인에게는 선택의 폭 자체가 넓지 않다. 대선 후유증을 넘어야 하는 사회 통합, 부동산 문제나 글로벌 경기침체와 맞물린 경제, 주변 국과의 외교, 급변하는 북한 문제 등 어느 하나 유리한 게 없다. 한마디로 윤 당선인이 ‘중앙’에서는 쉽게 성과를 낼 수 없는 처지다.

이런 불리함 속에 윤 당선인이 균형발전을 카드로 내민 자체가 묘수가 아닐 수 없다. 대선 과정에서 균형발전 공약이나 인식이 부족하다고 비난 받던 그가 균형발전 문제를 치고 나가는 모양새다. 정치 입문 8개월 만에 대권에 이른 윤 당선인이 균형발전에 대한 강한 신념이나 필요성을 체득하고 있지는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과감한 균형발전 행보는 윤 당선인 주변에 전문가들이 포진하고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으로 본다. 우선 인수위 내에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김병준 지역균형발전 특위 위원장이 주목된다. 안 위원장은 균형발전의 핵심 열쇠인 재정분권 실현을 주장하는 등 수차례 균형발전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면모를 내보였고, 노무현 정부에서 균형발전 밑그림을 그린 김 위원장도 자타공인 균형발전 전문가다. 두 사람을 비롯해 인수위에 합류할 전문가들의 집단지성이 발휘된다면 과거와는 다른 제대로 된 밑그림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조력 그룹은 윤 당선인과 같은 당 소속 지자체장들이다. 이들은 다른 누구보다 균형발전이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사안임을 잘 알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미 지방정부의 인수위 참여를 촉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고, 권영진 시장을 둔 대구시도 곧 지역 공약의 국정과제 채택 대응 전략 논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박형준 부산시장의 역할도 기대된다. 박 시장은 이명박 정부가 균형발전 해법으로 내놓은 ‘5+2 광역경제권’ 밑그림을 짠 인물인 데다 지금은 ‘부울경 특별광역자치단체’ 출범이라는 균형발전 실험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 광역단체장들에게는 지역적 이해를 넘어 균형발전을 위한 충실한 조언자 역할이 기대된다.

여기에 차기 정부가 균형발전 도전을 위한 최적의 시범도시가 부산임을 인식했으면 한다. 이는 지역이기주의의 발로가 아니다. 부산은 균형발전 대표 도시로 성공할 조건을 충분히 갖췄다. 부산은 오랜 기간 균형발전이라는 기준에 따라 지역의 핵심 과제들을 설정했고 추진해 왔다. 부울경을 비롯한 남부권 전체가 이용 가능한 관문공항 역할을 할 가덕신공항 문제나 부울경이 힘모아 치러야 할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도전 등 부산을 넘어서는 과제들을 추진해 온 도시다.

이런 관점에서 윤석열 당선인 측이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기정사실화하고 나선 일은 맥을 제대로 짚었다고 볼 수 있다. 산은의 부산 이전 성공 여부는 과거 정부 균형발전 시도 때 겪은 격렬한 반대와 저항을 이번에는 넘어설 수 있느냐를 판가름할 척도가 될 수 있다. 산은의 부산 이전이 성공해야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후속 정책도 가능해진다.

부산시는 부산시 공무원을 비롯한 지역 가용 인원들을 최대한 동원해 인수위에 직접 참여하거나 부산 현안을 알려야 한다. 박 시장은 부산시 내부적으로 인수위 파견 가능한 직원 선발을 지시하는 등 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부산시 바깥의 정치인이나 지역 인사들에게도 협조를 구할 필요가 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시절에 적극적으로 그를 지지하고 뒷받침한 정치인들이 부산에도 적지 않다.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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