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권위’ 방점 둔 윤 당선인, ‘용산 대통령실’ 유력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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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적 대통령제’ 청산을 약속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탈권위 행보로 소통의 리더십을 예고하고 있다. 유연해진 경호와 시민들과의 거침없는 스킨십은 물론, 권위의 상징인 청와대 대신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이동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11시 50분께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을 나와 모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권영세 부위원장, 원희룡 기획위원장,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서일준 행정실장 등이 함께했다. 이날 식당에는 윤 당선인과 참모, 그리고 수행팀이 앉은 테이블 외에 일반 손님들도 두 자리에서 식사를 했다.

국방부 등 집무실 이전 작업 박차
김은혜 “청와대 갈 가능성은 제로”
통의동 식당서 오찬 후 ‘깜짝 산책’
시민들과 인사·셀카 요청도 응해

윤 당선인이 식사를 마친 뒤 참모들에게 먼저 “(집무실까지)걸어서 가자”는 깜짝 제안을 내놓으면서 서촌 산책이 성사됐다. 거리에서는 윤 당선인을 발견한 시민들이 인사를 건내거나 그를 향해 박수를 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시민들의 셀카 요청에 응하기도 하는 등 격의 없는 소통을 이어갔다. 일반적으로 대통령경호처는 윤 당선인 이동 시 인수위 사무실 앞 인도를 통제하지만 이날 식사 전후 도보 이동 과정에는 근접 경호만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윤 당선인과 일행은)900m 정도 걸었다”며 “지나가다가 통유리 안에서 차를 마시던 분들이 윤 당선인이 지나가면서 인사를 하니까 다들 놀라면서 박수를 쳐 주시거나, 유모차에 앉은 아이를 쓰다듬으니 아이도 ‘안녕’이라고 윤 당선인에게 화답했다”고 부연했다.

또한 윤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 브리핑에서 “(새 집무실 위치로)용산을 포함해 여러 개 후보지를 놓고 검토 작업 중”이라면서 “윤 당선인이 청와대에 들어갈 가능성은 제로”라고 대통령실 이전 의지를 밝혔다.

김 대변인은 “윤 당선인이 정치개혁을 선언하면서 청와대 바깥으로 나오겠다고 한 것은 국민 속으로 들어가고, 소통을 중시하겠다는 오랜 의지 때문”이라며 “경호와 보안문제 등 장애물이 많지만, 국민과 소통 의지를 그 어떤 것보다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대통령실 이전 부지로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가 유력하게 떠오른다. 광화문 정부청사와 비교해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 경호와 보안에 용이한 데다 국방부의 신·구 청사 공간이 넉넉해 국방부가 이전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와대 이전 업무를 총괄하는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대통령 경호처장 물망에 오른 김용현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지난 15일 국방부 청사를 찾아 사전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김 대변인은 “대통령 집무실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건물 근처)신호등 개수까지 파악해야 할 정도로 치밀한 점검이 필요하다”며 “아직 특별히 한 곳을 정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일각에선 대통령실을 용산에 마련할 경우 당초 국민소통이라는 당초 취지와는 다소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자체가 ‘탈권위’의 상징성은 있지만 국방부 청사로 옮길 경우 ‘시민 개방성’ 차원에서는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 대변인은 ‘용산이 국민 소통에 적합한 장소인가’라는 질문엔 “결정되면 그 뒤에 말씀드리겠다”며 “그걸 전제로 말씀드리는 게 적합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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