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드는 우크라 난민… 유럽 경제 ‘빨간불’
전쟁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난민 유입으로 유럽 경제가 큰 시험대 위에 올랐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엔 산하 국제이주기구에 따르면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를 떠나 국외로 탈출한 난민 수는 최근 300만 명을 넘어섰다.
최근 300만 명 우크라이나 탈출
“장기화 땐 유럽 물가 지속 상승”
2015년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난민들이 유럽에 밀려들었을 때도 그 숫자는 130만 명이었다. 물론 그들은 전혀 돌아갈 의사가 없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NYT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위한 주거와 운송, 식량 공급, 의료 지원 등에 들어가게 될 돈이 첫해에만 300억 달러(약 36조 7000억 원)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전쟁이 길어지거나, 전쟁이 멈춘 이후라도 정세 불안으로 난민들이 고향에 돌아가지 않으려 하면 앞으로 더 큰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유럽 경제 상황이다. 유럽은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아직 회복하고 있으며 공급망 악화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유로존의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연 5.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에 따른 난민 문제가 겹치면 주택과 연료, 식량, 의료 등의 공급이 악화해 가뜩이나 높은 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 경제연구소 ‘판테온 매크로 이코노믹스’의 유럽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물가는 계속해서 상승할 것”이라며 에너지 가격 상승을 고려하면 연 7%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난민 유입이 일부 국가에 편중돼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현재 폴란드에만 170만 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이 유입됐으며 이 영향으로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인구는 15% 증가했다. 국제개발센터의 클레멘스 랜더스는 “소수의 국가가 국제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만큼 재정적 도움을 줘야 한다”며 세계은행과 같은 글로벌 기관이 이런 나라들을 위해 낮은 이자로 대출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주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해 5억 유로(약 6740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난민 유입이 계속되면 비용도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NYT는 전망했다. 이현정 기자·일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