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열정 페이’로 힘겹게 버티는 부산 대표 소설 계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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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소설가협회(회장 정인)는 2022년 봄호를 제60호로 출간했다. 제60호는 2007년 여름호부터 시작해 한 번도 빠짐없이 어언 15년의 여정을 헤아리는 것이다.

“은 간단하다. 무겁지도 어렵지도 않다. 어떤 장식과 해설도 하지 않고 오직 소설 다섯 편으로만 독자와 만난다”는 말처럼 단편소설 5편이 190여 쪽에 실려 있다. 강진 ‘그 여름의 부록’, 김문홍 ‘설야 행(雪夜 行)’, 김성종 ‘오해’, 신종국 ‘말하는 여자’, 정광모 ‘첫 이혼’이 그 5편이다.

소설가협회 ‘오늘의 좋은 소설’
15년간 결호 없이 60호 발간
부산시 발간 예산 지원 들쑥날쑥
고료·게재 편수 줄여 겨우 유지
소설가 자원봉사·회비로 행사
사단법인 걸맞게 고정 지원해야

편집주간 이상섭 소설가는 “은 오랜 연륜을 자랑하는 한국 최고의 소설 전문 계간지”라고 했다. 편집위원은 박향·나여경 소설가, 편집장은 문혜정 소설가가 맡고 있다. 은 그간 출판 문제 등으로 인해 등의 제호를 거쳐 왔다. 현재는 지역 출판사 ‘도서출판 전망’이 출간을 맡고 있다. “늘 상업성과 연고를 경계하여 지역과 한국문학의 지평을 넓히고자 한다”는 게 이 계간지의 기치다.

부산소설가협회는 을 출간한 뒤 각 계절에 단편소설을 발표한 소설가들을 초청해 대담자로 소설가 평론가 독자 각 1명을 내세워 ‘더 좋은 수다’란 이름으로 문학콘서트를 열고 있다.

여기까지가 ‘호수 수면을 수놓는 유유한 오리의 모습’이고, 그 아래쪽에는 둔탁한 물속을 헤쳐가는 소설가들의 안간힘이 숨어 있다.

에 대한 예술 지원이 열악해 작가들의 몸살 나는 고군분투가 이어지는 것이다. 예술 지원은 부산시 고정 예산이 아닌 데다가 부산문화재단 공모·선정을 거치며 들쭉날쭉 하향 중이다. 발간 지원과 관련해 부산문화재단 초창기인 2010년대 초반엔 연 1000만 원이었다가 2014년부터 2000만 원 수준이 됐으나 지난해 1600만 원, 올해 1550만 원으로 삭감됐다. 그에 따라 지난해부터 게재 소설 편수를 6편에서 5편으로, 1편당 고료도 5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줄였다. 국내 유수 문학잡지의 단편소설 1편 고료인 150만 원 수준에 견주면 3분의 1도 안 된다. 이런 현실적 구조가 지역문학의 목을 조르고 있다.

조갑상 소설가는 “부산이 자랑할 수 있는 ‘빛나는 소설계간지’에 영 어울리지 않는 푸대접”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단편 1편을 제대로 쓰려면 서너 달이 걸리는데 이런 인색한 고료는 ‘질 좋은 양화의 작품‘을 구축하는 ‘지역문화예술의 악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편수를 적게 게재할 수밖에 없는 것도 문제다. 편집위원 박향 소설가는 “3~4년 만에 한 번씩 지역 소설가들에게 게재 순서가 돌아가는 수준”이라며 “아쉽고 아쉽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예산이 없어 4명의 편집위원 팀은 간단치 않은 일을 자원봉사로 하고 있고, 문학콘서트 ‘더 좋은 수다’의 경우는 부산소설가협회 회원 회비로 꾸리고 있다. 정인 회장은 “1982년에 창립된 부산소설가협회는 부산 소설문학을 명실상부하게 대표하는 단체”라며 “지난해 사단법인이 된 만큼 ‘부산문화재단 공모 심사’가 아닌 ‘부산시 고정예산’으로 걸맞은 지원을 바라마지 않는다”고 했다. 부산시는 문학잡지 발간과 관련해 사단법인인 부산의 다른 3개 문학단체에는 매년 7000만 원과 3000여만 원씩을 ‘고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7000만 원을 받는 한 단체에는, 삭감 이전엔 연 1억 2000여만 원을 고정 지원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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