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실 이전 급물살 ‘소통 취지’ 잊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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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집무실이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자리로 이전하게 됐다. 윤석열 당선인이 20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내린 결단이라며 대통령실 이전 방침을 발표하면서 사실상 확정된 것이다. 윤 당선인은 애초 공약이었던 ‘광화문 시대’를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선 광화문 인근 시민들의 불편이 매우 심각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용산 집무실’은 경호 조치에 수반되는 시민들의 불편이 거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용산이 광화문의 대안으로 거론된 지 불과 5일 만이다. 너무 성급한 대통령실 이전 결정에 국민들은 당혹스럽다. 인수위에 거는 기대가 컸는데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달리겠다는 신호가 아니기를 바란다.

너무 성급한 용산 이전 결정에 당혹
설명·설득 과정 소홀하면 국민 반감

인수위는 이전 비용을 496억 원으로 예상하면서 예비비로 충당할 계획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최소 1조 원이 든다고 주장해 비용 규모를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비용만의 문제가 아니다. 5월 10일 입주하려면 두 달도 남지 않았다. 필요한 예산을 산정하고 집행해 기한 내에 이전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일각에선 인수위에 배정된 예비비를 집무실 이전에 사용하는 데 대한 법적 근거도 문제 삼고 있다. 법률에 규정된 인수위의 업무 중에 정부 부처 건물 공사와 관련한 내용은 없기 때문이다. 취임 이후 정식으로 국회의 예산 심의를 받아 이전을 추진하는 게 상식적이다. 당선인이 이전 문제에 대해 현 정부에 협조를 요청하겠다지만 아직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회동조차 못 하고 있지 않은가.

북한은 최근 도발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어 국방 공백도 걱정된다. 국방부 영내 근무자만 4000여 명인데 이렇게 급하게 처리하면 문제가 없을 수가 없다. 이미 군에서도 국방부와 합참 지휘부가 비슷한 시기에 사무실을 연쇄적으로 옮기면 통신과 지휘에 공백이 발생, 군사 대비 태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선제타격과 사드 추가 배치 등 안보를 역설했다. 아무런 상의도 없이 국방부를 빼라고 하면 점령군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일단 청와대로 들어가면 청와대를 벗어나기가 힘들다는 생각도 일리가 없지는 않다. 집무실 이전을 위한 예산을 국회에서 심의받기 위해선 여소야대 국면을 넘어야 하는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전을 결정하기 전에 취지를 설명하고 의견을 듣고 설득하는 과정을 소홀히 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 민생 문제와 직결되지 않는 집무실 이전에 최소 수백억 원의 혈세를 투입하는 데 대한 반감이 만만히 않다. 당선인은 용산 집무실의 1층에 프레스센터를 설치해서 수시로 언론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는 소통이 아니다. 민주당이 그렇게 민심을 잃고 정권을 내주었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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