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도 성공하려면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백남경 지역사회부 중부경남팀 부장

층간소음으로 인해 빚어지는 이웃 간 다툼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 사소한 다툼과 갈등을 넘어 살인사건으로까지 치닫고 있으니 말이다. 현장에 있던 경찰관들이 직위해제되고 경찰청장이 자리를 내놓는 일까지 벌어진 것도 불과 몇 달 전이다.

아파트 입주민이라면 피해자로든 가해자로든 층간소음 갈등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이 문제를 원천적으로 방지하겠다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어 주목된다.

국토부가 마련중인 카드는 ‘바닥충격음 사후확인제도’의 도입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도입되는 이 제도는 아파트 층간소음을 법적으로 강제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효과가 기대된다. 아파트를 시공하면 성능검사기관으로부터 바닥충격음 차단성능검사를 받아야하고, 검사 결과 기준에 미달하면 아예 사용검사(준공검사)를 받을 수 없게 되는 게 요지다. 가령 차단성검사에서 불합격하면 건설업자는 보수, 보강, 손해배상 등을 해야 해 관행대로 시공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이 제도는 오는 8월 4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시행일 이후 사업인가가 나는 신설 아파트단지는 물론 리모델링을 준비하는 기존 아파트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지난 1월 주택법을 개정한 데 이어 현재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여러 가지 파장을 고려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소음 기준을 정하는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그 기준에 따라 건설업계 파장의 폭은 물론 실효를 거둘 수 있느냐 여부가 판가름 난다.

현재 시중에는 18~25데시벨(dB) 수준의 차음재가 유통되고 있는 만큼, 입주민들이 어느 정도 마음 놓고 생활할 수 있는 소음 수준인 30~40dB 사이에서 기준을 정하더라도 자재 공급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32평형 아파트 기준으로 시중에 성능이 우수한 차음재를 사용할 경우 추가되는 비용 부담도 가구당 150만 원 상당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토부가 건설업계의 눈치보기에 급급한 나머지 50dB 이상으로 기준을 후퇴시킨다면 있으나마나한 제도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또 하나의 관건은 건설업계의 인식 개선이다. 시공 상태야 어찌되든 이익만 챙기고 보자는 한탕주의 사고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법 적용 이전에 사업승인이 난 아파트 사업장인 경우에도 설계나 자재변경을 통해 선제적으로 차음재를 도입하는 것도 검토해 볼 일이다.

층간소음을 일으키는 일부 입주민의 개념 없는 생활 행태도 문제겠지만, 고도성장의 그늘 내지는 건축 관행의 잔재가 층간소음을 낳은 것이라 해야 옳을 것이다.

경남 창원시에서는 리모델링 사업으로 5개 단지 1만 세대 이상 노후 아파트가 사업승인을 받았거나 추진중이라는 소식이다. 이들이 완벽한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해 층간소음이라는 후진적 건축 잔재를 일소하는 모델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nkback@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